中 '베이비붐 세대' 매년 2천만명 은퇴…재취업 사회문제 대두
향후 10년간 사상 최대 '퇴직 러시'…정년 65세로 연장 추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매년 2천만 명이 퇴직하는 중국 베이비 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기를 맞아 실버 세대의 구직난이 중국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고 극목신문 등 현지 매체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천여만 명이 정년(남성 60세, 여성 50세, 여성 간부 55세)을 맞아 퇴직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기를 맞았다.
올해는 한 해 기준 출생인구가 가장 많았던 1963년생이 퇴직하게 돼 작년보다 은퇴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1950∼1958년, 1962∼1975년, 1981∼1997년 3차례 베이비붐이 발생했는데 2차 베이비붐 때는 한 해 평균 2천583명이 태어나 출생 인구가 가장 많았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는 2억3천900만 명, 1970년대는 2억1천700만 명이 태어났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천만 명 이상 근로 현장을 떠나는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퇴직 러시'가 10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의 노인들과 달리 여전히 신체적으로 건강한 데다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고사하고 집 장만 등 완전히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처지라 실버 세대들은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지만, 재취업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중국의 구인·구직자 알선 사이트인 보스(BOSS)의 55세 이상 구직자는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국영기업에서 구매 업무를 담당했던 항저우의 장모씨는 2년 전 퇴직한 뒤 재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일할 수 있는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며 "사회에서 쓸모없는 처지가 됐다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재취업의 벽을 실감한 그는 도우미나 경비원, 요금 수납원 등의 일자리를 찾고 있다.
원저우의 61세 구직자는 이공계 명문인 하얼빈 공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하고 5천∼6천 위안(약 94만∼113만 원)을 받는 행정직을 수소문했지만 3개월째 찾아주는 기업이 없었다.
진화에 거주하는 궈모(59·여)씨는 "기술직으로 일하다 은퇴했다"며 "올해 손자가 태어나 경제적 부담이 커진 자녀를 돕고 싶은데 재취업 자리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북경상보는 "최고 명문인 칭화대를 졸업한 58세 은퇴자가 월급 5천 위안(94만 원)을 받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60세 미만의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자들은 물론 해외 유학을 했거나 외국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노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 인력 채용 플랫폼들은 노인 구인 관련 채널은 아예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재취업이 가능한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진입 장벽이 낮은 민간 기업의 임시직이다.
중국 노령과학연구센터와 사회과학문헌출판사가 발간한 '중국 도시 노인 생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9천만 명을 넘어섰다.
203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3억 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22.5%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돼 노인 재취업 문제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작년 12월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정년퇴직 연령을 점진적으로 늦춰 2025년께 남녀 모두 65세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신증권은 지난 2일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수개월씩 늘리는 점진적 정년 연장이 추진될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부터 시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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