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파밀, 1형 당뇨병 초기 인슐린 분비 촉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칼슘 통로 차단제 계열의 구세대 혈압강하제인 베라파밀(verapamil)을 1형 당뇨병 진단 직후 투여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2형 당뇨병과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 면역 질환이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 의대 소아 내분비 내과 전문의 앙트와네트 모란 교수 연구팀이 6개 소아 당뇨병 센터에서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31일이 안 된 8~17세 환자 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CLVer)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 뉴스 포털 뉴스 메디컬 라이프 사이언스(News Medical Life Science)가 25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베라파밀, 다른 그룹에는 위약(placebo)을 1년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베라파밀 그룹만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30%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베라파밀의 이 같은 인슐린 분비 촉진 효과가 투약이 중지된 12개월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1형 당뇨병 진단 후 첫 1년 사이에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좋아지면 장기적인 치료 결과도 좋게 마련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베라파밀이 심장, 혈압,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작용도 살펴봤지만, 부작용은 거의 없었고 내약성(tolerability)도 매우 양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인슐린 자동 전달 시스템(automated insulin delivery system) 같은 혈당을 정상 수준 가까이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강력 혈당 관리법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평가해 봤지만,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은 개선되지 않았다.
따라서 1형 당뇨병 청소년에게는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고 하루 한 번 경구 투여하는 베라파밀이 매력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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