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하이브, 주총 앞두고 '의결권 구애'…표심잡기 총력전 예고
소액주주 지분 70% 이상…"장기적 성과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이하 SM) 현 경영진과 1대 주주 하이브가 내달 31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구애'에 나섰다.
양 측이 각각 내놓은 이사 구성안 등을 두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해야 하는 만큼 본격적인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24일 에스엠 주주들을 상대로 2개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하이브가 제시한 안건은 한국ESG(환경·사회·지배구조)기준원의 ESG 모범규준 상의 권고사항을 반영한 정관 변경과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이다.
앞서 에스엠도 주당 1천200원의 현금배당, 이사회 관련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으로 구성된 안건을 제시하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다.
이번 주총의 주주명부 폐쇄일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지난 22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해 1대 주주로 올라선 하이브는 본래 이번 추종에서 의결권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앞서 이수만이 올해 주총 의결권을 하이브에 위임하기로 해 하이브는 18%대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 에스엠 지분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캐스팅 보트로 꼽히지만, 하이브가 가까스로 이들의 표를 모두 차지한다 해도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스엠 소액주주 비율이 70.53%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는 쪽이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는 에스엠 이사 후보 7명의 명단을 제시하면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 자사 고위 인사 3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지정했다.
에스엠 현 경영진은 자사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지원 마케팅 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타 비상무이사로는 우군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을 선정했다.
하이브가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에 성공해 지분율을 추가로 늘린다고 해도 이번 주총에서 자신들의 이사 선임안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향후 안정적인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
에스엠 현 경영진 역시 최대 주주 자리가 하이브에 넘어간 상황에서 이사회까지 하이브 인사로 구성되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진다.
양측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폭로전을 벌이고 반박과 재반박 씨름을 하는 등 감정싸움까지 하고 있어 의결권 사수 대결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도 서로를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하이브는 에스엠 현 경영진에 대해 "경영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고, 에스엠 현 경영진 측은 이수만에 대해 "모순적 행태를 보인다"며 날을 세웠다.
과거 대기업들도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가지각색의 방법을 동원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해 소액주주의 집에 직원을 보내거나 집 앞에 편지와 함께 수박을 놓고 가기도 했다.
하이브와 에스엠 현 경영진도 소액주주 설득이 간절한 만큼 이에 버금가는 구애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실제로 에스엠은 지난해 얼라인 측 인사가 감사로 선임된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전화하거나 집을 방문하고,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사인 CD를 나눠주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하이브와 에스엠 현 경영진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지만, 결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주도권 다툼"이라며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경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는 주주들이 선택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총 결과가 향후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주주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경영 성과의 관점에서 양측의 주장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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