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회의, 우크라戰 이슈로 파열음…공동성명 불발 가능
인도 벵갈루루 회의서 25일 폐막 앞두고 서방·인도 간 이견
"전쟁 문구 없으면 서명 안해" vs "'위기' 등 다른 표현 쓰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벵갈루루에서 진행 중인 올해 제1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으로 언급할지 등을 둘러싸고 주요 서방 국가와 G20 의장국 인도 등 다른 나라 간에 이견이 불거지면서다.
2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프랑스와 독일 대표단은 이번 회의의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 관련 전쟁 문구가 반드시 언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회의 첫날인 전날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관련해 지난해 G20 정상회의 선언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작년 같은 표현이 사용되지 않으면 최종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이것은 전쟁이며 이번 회의에서 명확하게 표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이번 공동성명이 지난해 G20 정상회의 선언보다 약해진다면 독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한 G20 정상들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에서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전날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불법이며 정당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부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처럼 서방 국가 측 대표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규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는 공동성명에 '전쟁' 대신 '위기'나 '도전' 같은 단어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으로 규정한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한 태도로 여겨진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러시아와도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서방의 우려 속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고, 지난 23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도 기권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전날 이번 회의 개막식 화상 연설에서 발발 1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이견이 심각해진 가운데 개도국 채무 재조정, 가상화폐 규제 등 다른 이슈가 뒤로 밀리면서 이번 회의가 사실상 '빈손'으로 폐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FP통신은 회원국 간 명백한 교착 상황으로 인해 이날 폐막하는 회의에서 어떤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은 글로벌 안보 위협을 해결하지 못하면 기후 위기, 빈국 채무 경감 등 다른 주요 이슈에서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3개 세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각 세션은 국제금융체제, 금융규제, 국제조세 등을 다루고 있다.
올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오는 4월 미국 워싱턴DC, 7월 인도 구자라트, 10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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