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홍콩 대표, 美총영사 초치해 '3개 레드라인' 경고
미 총영사관 "홍콩의 자치권 침식에 대한 우려 표명 주저 안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외교부의 홍콩 대표가 현지 미국 총영사를 초치해 '3개 레드라인'에 대해 경고했다.
이에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은 홍콩의 자치가 침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앞으로도 계속 표명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인 홍콩특파원공서는 전날 밤 성명을 통해 류광위안 특파원이 그레그 메이 주홍콩 미국 총영사를 만나 "현지 문제에 간섭하는 그의 부적절한 말과 행동에 대해 엄숙히 항의하고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홍콩특파원공서는 이어 류 특파원이 그레그 총영사에게 "외교 윤리를 준수하고 더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고 촉구했고, 주홍콩 미국 총영사와 미국 총영사관에 대해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지 말고, 홍콩에서 정치적 침투에 관여하지 말며, 홍콩의 발전 전망을 중상하거나 훼손하지 말라는 3개 레드라인을 그었다"고 알렸다.
SCMP는 양측의 만남이 이번 주 초에 이뤄졌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의 발표에 주홍콩 미국총영사관도 성명을 내고 정면으로 맞섰다.
미 총영사관은 "미 총영사관은 일반적으로 비공개 외교 회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지만, 우리는 홍콩의 자치 침식에 대한 미국의 깊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그리고 비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정찰 풍선'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은 '홍콩경제무역사무소(HKETO) 인가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미 국무부의 연례 홍콩 자치 수준 평가 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 주미 HKETO가 외교적 특권을 유지 또는 상실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미 대통령이 HKETO의 인가를 취소하는 명령을 내리면 미국에 있는 3곳의 HKETO는 6개월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한다. 또 미 대통령이 HKETO를 인가해도 의회는 이를 무력화하는 공동 결의문을 채택할 수 있다.
또 메이 총영사는 지난달 25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홍콩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줄어드는 자유가 홍콩과 현지인들에게 분명하게 영향을 끼쳤다"며 지난 2년간 홍콩 거주 미국인의 20%(약 1만5천 명)가 다양한 이유로 떠난 것이 그 여파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법치와 국제적 기준에 기반을 둔 홍콩의 국제 비즈니스 센터로서의 평판을 둘러싸고 우려들이 있다면서, 그중 하나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대해 유권 해석을 한 것을 지적했다.
앞서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외국인 변호사 선임 문제에 대한 판단을 중국 정부에 구하자,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과 홍콩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후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 재판에 외국인 변호사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에 돌입했다.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컨설턴트는 SCMP에 "홍콩 야당은 국가보안법 시행 후 정치판에서 쫓겨났지만, 홍콩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외국의 영향은 여전히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중국 외교부 홍콩 대표가 미국 총영사를 만나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은 중국이 뭔가 민감한 정보를 확보했으며 미국에 경고를 보내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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