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11위 꿈꾸는 포스코인터LNG터미널…강진·미사일도 견딘다
LNG 73만㎘ 저장…난방용 가스로 치면 3천600만명이 한달간 쓰는 양
탱크 내벽엔 포스코 독자생산 고망간강 적용…LNG선 시운전 사업도 확대
(광양·신안=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현재 여기 저장된 액화천연가스(LNG)는 난방용 가스로 치면 3천600만명이 한 달간 쓸 수 있는 양입니다. 탱크는 강진과 웬만한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 없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지난 21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터미널 현장에서 만난 조승룡 광양 터미널부 부장은 현재 건설 중인 LNG 탱크 6호기 내부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LNG 터미널은 총 7곳으로 이 중 민간 LNG 터미널은 보령 LNG 터미널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 터미널 2곳 뿐이다. 나머지 5곳은 모두 한국가스공사가 운영 중이다.
따라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터미널은 포스코그룹 경쟁력의 중요한 한 축이다. 해외 가스전에서 터미널로 들여온 가스를 포스코 인천 LNG 발전소와 제철소에 공급함으로써 국내에서 유일하게 LNG 탐사·생산·저장·발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광양 LNG 터미널은 5기의 탱크에 73만㎘의 LNG를 저장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 준공을 목표로 6번째 탱크를 건설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착공한 제2 터미널에 2025년까지 7∼8호기 탱크를 완공하면 저장 용량은 133만㎘까지 늘어난다. 이는 전세계 LNG 터미널 중 11번째로 큰 규모다.
난방용 가스는 가스공사만 취급할 수 있어 이 곳에 저장된 LNG는 모두 산업·발전용이지만, 만약 난방용 가스로 모두 채운다면 전국민이 4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취재진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6호기 탱크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니 탱크가 아닌 거대한 돔 구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탱크 외벽과 내부 지름은 각각 90.4m와 84.0m, 높이는 55.8m에 달했다. 고척 돔 보다는 작지만 축구장 하나에 거의 맞먹는 규모였다.
탱크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내부 온도를 영하 162℃로 유지해 가스가 기화하지 않고 액체 상태로 저장되게 하는 것이다.
6호기 탱크는 포스코가 독자 생산하는 고망간강으로 두 겹의 벽을 만들고, 벽 사이 1.2m 가량의 공간을 모두 단열재로 채우는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었다.
5호기부터 적용된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이전까지 LNG 탱크에 적용됐던 니켈강과 성능은 같으면서 가격은 반값이다. 콘크리트 외벽 안에 설치된 갈색 고망간강 철판 2개의 두께는 각각 37.7㎜에 달해 미사일 공격과 규모 6.8의 지진에도 견딘다는 설명이 실감 났다.
광양 LNG 터미널은 탱크 임대, LNG·LPG 반출입 사업과 함께 선박 시운전 사업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선박 시운전은 새롭게 건조된 LNG·LPG 운반선의 화물창과 주요 설비를 테스트하기 위해 LNG 또는 LPG를 직접 주입해보는 것을 말한다.
광양 LNG 터미널에서는 연평균 30척의 선박에 시운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내는 수익은 대당 최대 7억∼8억원 정도다.
이날 LNG 터미널에서 시운전을 진행 중인 선박은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PG 운반선이었다. 취재진은 LNG·LPG 하역 작업을 하는 부두와 시운전 중인 선박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부두의 계단을 한참동안 올라 하역시설 꼭대기에 도착하자 마치 로봇 팔 같은 네 개의 '하역 암(arm)'이 보였다. 선박이 부두에 고정되면 하역 암을 펼쳐 배의 화물창과 연결한 다음 3개의 암은 LNG를 육지로 이송하고, 1개의 암은 가스가 빠져나간 배 내부가 진공 상태가 되지 않도록 증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부두를 살핀 뒤에는 시운전 중인 LPG선에 올랐다. 다음날 오후 출항해 일주일 뒤 선주에게 인도될 배였다.
조타실에서 만난 서정호 현대삼호중공업 부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이 배에 가스를 공급해줌으로써 무난하게 시운전과 인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다"며 "상생 관계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을 통해 친환경 종합 사업회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밸류체인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취재진은 LNG 터미널을 돌아보기에 앞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들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55%를 보유한 신안그린에너지 육상풍력단지도 둘러봤다.
해변을 따라 줄지어 돌아가며 '휭휭' 바람소리를 내는 총 20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줬다.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어 높은 산지에서 바닷바람의 힘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은도는 최적의 풍력 발전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 곳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베스타스가 공급한 풍력발전기 각각 14기와 6기가 가동 중이다. 지주사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확보가 목표이기 때문에 수익성은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신철홍 신안그린에너지 대표는 "신안·목포 권역 3만1천세대에 전기 공급이 가능한 11만5천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매년 생산하고 있다"며 "연간 5만t(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함으로써 1천400만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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