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군축조약 복귀는 서방에 달려…협상 희망 아직 안보여"
"우리 우려 고려하면 즉시 복귀 가능"…의회선 조약 중단 법안 통과
크렘린 "중국과 무제한 협력 중요…푸틴, 오늘 왕이 만날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전날 참여 중단을 선언한 미국과의 핵군축조약에 복귀하는 것은 서방의 태도에 달렸다며 재차 공을 넘겼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미·러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과 관련해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위해 군비 통제를 비롯해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약 복귀 조건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것은 서방에 달려 있다"며 "서방이 우리의 우려를 고려할 준비가 되는 즉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서방의 첫 반응을 볼 때 아직 협상의 희망이 없어 보인다"며 "상대방이 정상적 대화가 가능할 때까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후 첫 국정연설 중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러시아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전날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결정이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러시아 외무부도 "이번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며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며 공을 넘겼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하다"며 "우린 러시아가 실제로 무엇을 할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를 방문 중인 중국 외교사령탑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제한 협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일정은 "시기가 정해지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공급 가능성을 경고한 데 대해선 "중국이 이를 단호히 부인했다. 덧붙일 게 없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 무렵인 지난 20일 러시아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시험 발사했으나 실패했다는 미국 CNN 보도에 대해선 "국방부 소관"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