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사상 첫 t당 100유로 돌파
그린수소 등 기술 투자 자극할 수준…일부 "조정기 예상"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유럽에서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2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t(톤)당 100유로를 돌파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탄소배출권(EUA) 표준가격이 이날 t당 100유로(약 13만8천원)를 넘어 장중 한때는 101.25달러까지 치솟았다.
EUA는 공장이나 발전소, 항공사 등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서 일종의 통화 기능을 한다.
결국 이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늘고 이에 따라 저탄소 배출 기술이나 저공해 연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이번에 사상 처음 돌파한 t당 100유로의 가격은 기후 온난화 대응에 필요한 고가 기술에 대한 수요를 자극할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언급돼왔다.
예컨대 100유로 이상의 가격이 유지되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탄소배출 없이 생산하는 '그린'(녹색)수소에 대한 투자가 경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투자회사 직원인 마크 루이스는 "사람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라며 100달러라는 상징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는 2005년 출범했으나 탄소배출 허가증의 과잉 공급으로 2007년께는 EUA 가격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추락했다.
그러다가 EU가 과잉 공급된 허가증을 시장에서 제거하기로 합의한 2018년부터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EU 정책 당국자들이 제도를 추가로 손본 2021년 한해는 무려 150%나 급등했다.
또 지난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 발전 수요가 늘면서 이에 따라 탄소 배출권 수요가 증가했다.
최근 가격 상승은 지난해 배출한 탄소에 대해 충분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제출하는 마감 시한인 4월을 앞두고 투기성 수요까지 몰리면서 다시 진행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다시 100유로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EU는 이날 탄소배출권 경매 물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노르웨이의 환경시장 기업인 그린팩트의 한 연구원은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EU 역내에서 정치적인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며 석탄 발전이 많은 폴란드는 가격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EU 개입을 요구해왔다고 소개했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가격 상한제를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회원국은 기후 온난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이 불가결하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U는 현재 철강, 시멘트 등 업체가 받는 공짜 탄소배출권 허가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입품에 탄소 국경세를 물려 외국 기업도 탄소배출에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도입을 세계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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