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로 나는 비행기 등장?…대체연료에 달려드는 항공업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기존 제트 연료보다 탄소배출이 적은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시장이 주요국의 정책 변화와 업계의 투자 확대로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SAF의 연구와 생산에 집중하는 1억달러(약 1천3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투자 펀드를 이날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에는 보잉, 에어캐나다, 제너럴일렉트릭(GE), JP모건체이스, 하니웰 등 쟁쟁한 업체들이 참여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그동안 사내 벤처캐피털 자금을 통해 에탄올이나 매립지 폐기물을 활용해 지속 가능 연료를 개발하거나 제조하는 회사들에 투자해왔으나 이 자금도 새로 출범한 펀드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 항공사는 새 펀드가 향후 5억달러 규모로 커지면서 향후 3년간 20여곳에 투자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는 올해 SAF 구매량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SAF는 바이오 연료나 심지어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드는 대체 항공유로, 원료 공급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걸친 탄소 배출량이 종전 제트 연료보다 최대 80% 적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생산 기술이나 가격 등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사용량이 미미하고 그것도 기존 항공유와 혼합해 쓰는 수준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SAF를 항공사에 공급하는 제조사는 미국의 월드에너지와 핀란드의 네스테 등 2곳 정도이다.
다만 후발 주자들의 발걸음이 최근 빨라지고 있다.
에탄올 기반의 SAF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건립 중인 미국 업체 란자테크는 지난달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으며 현재 시가 총액은 약 10억달러에 달한다.
역시 미국 스타트업인 지보도 에탄올 기반의 SAF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지난해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착공했다.
지보의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그루버는 "25년간 재생에너지 일을 하면서 냉소적인 사람이 됐는데 몇년 사이에 변화가 일어났다"며 최근 SAF를 둘러싼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SAF의 사용 의무화 추진 등 주요국의 정책도 한몫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5년까지 항공유의 2% 이상을 SAF로 쓸 것을 제안한 상태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을 들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청정 항공유에 대한 세제 혜택 조항이 들어있다.
SAF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대형 항공기의 경우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탑재하면 중량이 너무 무거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항공 분야에서는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유력한 방식으로 SAF가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항공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약 2%를 차지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CEO 스콧 커비는 "산림 탄소상쇄 방식은 거의 모두 사기"라며 이를 활용하는 다른 항공사들과는 선을 그으며 "탄소배출 감축에 진정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펀드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국내 항공사들도 이미 SAF의 사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11월 국내 최초로 시카고-인천 노선 운항에 SAF를 시범 사용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태평양·중동 지역의 공항에서 SAF를 공급받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에너지 기업인 쉘(Shell)과 SAF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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