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아프간 돈으로 9·11테러 보상 안돼…탈레반 책임"
"탈레반 정권, 합법 정부 아냐" DAB 동결자금 전용불가 결정
미국 유족단체 "1만명 피해보상권 박탈하는 결정" 항소 방침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정부가 동결한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DAB) 자금으로 9·11 테러 피해자들을 보상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조지 대니얼스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DAB 자금을 압류하는 것은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이 책임져야 할 피해보상을 위해 기존 아프가니스탄 정부 명의로 쌓여있는 DAB 자금을 빼다 쓸 수 없다는 논리다.
대니얼스 판사는 "옛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주민이 아닌 탈레반이 9·11 공격에 대한 배상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 8월 아프간 주둔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당시 미국 정부는 DAB가 뉴욕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해 놓은 자산 70억 달러(약 9조1천00억 원)를 동결했다.
작년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산의 약 절반인 35억 달러(약 4조 5천500억 원)를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같은 해 9월 미 재무부는 이 돈을 스위스 신탁회사에 맡겨 탈레반이 손을 대지 못하도록 했다.
DAB 자금으로 피해를 보상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9·11 피해자들과 유족 단체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이날 "이번 판결로 1만 명이 넘는 9·11 공동체의 피해 보상권이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8월 이 사건 예심을 진행한 사라 넷번 판사도 채권자 그룹들에 대한 보상권을 부정한 바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WTC)와 국방부에 가해진 테러 사건 이후 아프간과 전쟁을 벌여 테러 배후로 지목된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축출하고 20년간 현지에 주둔했으나, 2021년 8월 미군이 철군한 후 탈레반이 재집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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