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인재영입에 '허들' 없앤 우주항공청 설립안
청장 조직개편 권한 강화·연봉상한 폐지 등으로 효율성·전문성 극대화 초점
"우주항공청 본연의 핵심기능 명확화 소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우주항공청 설립 방안은 연구개발(R&D) 조직 효율성과 전문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장에 강력한 조직 개편 권한을 줘 우주항공 개발 분야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고, 공무원 조직에서 이례적인 연봉 상한 폐지 등을 통해 인재 영입에 걸림돌을 없앴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설치운영특별법 제정안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본부를 따로 두고 청장이 본부 소속 프로젝트 조직을 빠르게 구성하거나 변경, 해체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 유연성을 높여 우주개발 경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프로젝트에 맞춰 인력을 빠르고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실·국·과 체제의 정부 조직은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이 필요할 때 조직 개편에만 3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이런 제한을 없앤다는 것이다.
1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은 주식 백지신탁 의무 예외를 두고, 퇴직 이후 유관 분야 취업도 청장이 자체 승인하게 하는 등 산업체 전문가들이 정부 조직 합류 때 꺼려왔던 규제도 대폭 완화해 전문가 영입 풀을 넓혔다.
연봉 제한도 없애고 필요하면 외국인 영입까지 가능하게 하는 등 필요한 인재라면 반드시 데려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백지신탁 예외 조치로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 상응하는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 등을 법안에 마련해 인재 영입의 걸림돌이 됐던 요소들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모델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센터 형태로 연구 조직을 직접 보유한 NASA와 달리 우주항공청은 이런 연구 조직을 내부에 두지는 않기로 했다.
따라서 외부 전문가 영입에 방점을 둔 것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인 다르파(DARPA)에서 활용 중인 프로젝트 매니저(PM) 제도를 참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과학계에서 나온다.
다르파는 외부 전문가에게 PM을 맡겨 연구개발 전권을 부여한다. PM은 연구를 가장 잘 수행할 기관에 연구를 위탁하고 연구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최원호 추진단장은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의 우주항공 분야 제도를 모두 참조했다"며 "특정 모델을 따른다기보다는 각자의 장점과 우리 현실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잠정안은 최근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정부 혁신의 본보기로 삼겠다고 천명하면서 조직 구조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핵심 기능을 명확히 하는 데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과 산업 육성, 국제 협력 등도 함께 담당하기로 한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이 연구 중심기관에만 쏠리는 듯 보여 그 정체성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주 분야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우주항공청을 NASA처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걸 이야기하는지 여전히 알지 못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 등 기존 연구개발 조직과 어떤 역할 분담을 할지도 관심이다.
일선에서는 우주항공청 잠정안 마련 과정에서 연구 현장이나 산업계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추진단은 100여 명의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현장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우주항공청 출범에 직접 영향받는 연구기관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단에 연구기관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며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이 구체화하면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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