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 반값이라니"…하나로마트에 '오픈런' 진풍경
농식품부·농협 한우 할인행사 '소프라이즈'에 70미터 장사진
일인당 구매한도 제한 걸었어도 30분만에 준비된 물량 '완판'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하나로마트 앞에 이렇게 줄 서보긴 처음이예요."
"TV서 보고 아무 때나 오면 살 줄 알았는데 못 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17일 오전 7시 45분.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 지하 매장 입구 앞에 70m 정도 긴 줄이 이어졌다.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리면 지하 1층에서 하는 '소프라이즈! 2023 대한민국 한우세일'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소프라이즈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가 진행하는 대규모 한우 할인행사로, 이날부터 19일까지 3일간 전국 980개 농축협 하나로마트에서 열린다.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리자 입구에서 직원이 '대기표'를 나눠줬지만, 10분도 안 돼 준비한 표가 동나면서 실망하는 얼굴로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창동점의 경우 이날 1인당 등심 3팩, 불고기 2팩, 국거리 2팩 등 총 7팩을 살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지만 30분도 안 돼 준비한 물량 600㎏이 모두 '완판'(완전 판매)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오전 7시 전에 줄을 서 '반값 한우' 구매해 성공했다면서 "당분간 반찬 걱정이 없겠다"며 웃었다.
또 다른 구매자는 "이번에 대학에 입학하는 손녀가 불고기를 좋아한다"며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는데 불고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프라이즈 행사를 사전 진행한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행사 첫날인 15일뿐 아니라 전날에도 각각 행사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일별 물량 600㎏이 수십분 만에 모두 팔렸다.
농식품부는 소비자들이 한우 도매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어려움을 겪는 축산 농가를 위해 한우 소비를 촉진하고자 이번 할인행사를 마련했다.
농가의 소 사육은 늘고 소비는 감소하며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그러나 한우 소매가격에는 유통 비용이 반영돼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은 한우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소비 할인행사를 마련해 한우 도매가격 급락을 억제하고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몰의 한우 소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표 행사가 이날부터 전국에서 열리는 소프라이즈다.
행사에서는 1등급 등심의 경우 평균 소비자 가격보다 약 30% 저렴한 100g당 6천590원 정도에, 불고기와 국거리류는 반값 수준인 약 2천260원에 판매한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한우 소비 비수기로 꼽히는 2∼3월, 6∼7월, 10∼12월에도 기간을 정해 소프라이즈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밖에 한우자조금을 활용해 23일부터 내달 4일까지는 전국 농축협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 등에서 한우 할인행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한우 산업 안정화를 위해 소비 촉진 행사 외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한우 소매가격이 도매가격 하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유통업체는 한우 소비자 가격 하락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산자 단체인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우산업이 무너지면 농업·농촌이 무너진다"며 "재정적·제도적인 내용을 보완해 추가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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