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메시지…대만 국민 주권·생존 공간을 없애는 것"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주석이 중국의 '92공식'에 거부감을 밝힌 것으로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라이 주석은 전날 열린 민진당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제1야당 부주석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고위인사와 회동한 걸 언급하며 이런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정의한 92공식은 중화민국(대만)의 생존 공간과 2천300만 국민의 주권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지속적인 침범을 하고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 같은 정세에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대화는 더 신중해야 하고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걸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세계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언급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언급은 샤리옌 대만 국민당 부주석이 지난 8일 방중해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과 대만 정책을 총괄하는 왕후닝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따로 만나 92공식을 논의한 걸 겨냥한 발언이다.
실제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왕 상무위원은 샤 부주석과의 회동에서 "국공(대만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양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을 한층 더 공고히 하고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공통의 정치적 토대 위에서 상호 신뢰를 심화하고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유지하며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쑹 주임 역시 92공식의 기반 위에서 중국과 국민당 간 협력을 주장했다.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인식이란 뜻인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달리 대만은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사실상 92공식을 부정하고 있다.
왕 상무위원과 쑹 주임의 이런 언급은 중국이 2016년 집권 이후 92공식을 거부하는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을 대만 독립 성향의 분리주의 세력으로 본다는 걸 재확인하면서, 대만 국민당과는 연대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내년 1월 총통선거에서 '대만 정권 교체' 목표를 세우고, 국민당의 집권을 도움으로써 민진당을 제거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정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 라이 주석이 독립 성향의 민진당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의 92공식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작년 11월 지방선거 참패로 차이잉원 총통이 민진당 주석직을 사임한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 등장한 라이 주석은 현재로선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라이 주석이 지난달 15일 민진당 주석 보궐선거에서 99.65%라는 득표율(4만1천840표)로 당선되기는 했으나, 차이 총통의 '정적'인 그가 차기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로 낙점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이 주석은 부총통 시절 '항중보대'(抗中保台: 중국에 항거하고 대만을 지킨다)가 아닌 '화평보대'(和平保台: 평화를 수호하고 대만을 지킨다)를 언급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지지 세력의 반발을 샀으며, 이 때문에 수정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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