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 시장 문 열렸다…건보 편입·처방 여부 등 관건(종합)
"2호 기기도 불면증 치료기 될 것…ADHD·섭식장애 치료기는 12월 가이드라인 발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조현영 기자 = 에임메드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가 15일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승인을 받으며 국내에도 새로운 의료 기술의 시대가 열렸다.
약물치료법 외에 디지털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치료수단을 활용해 불면증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섭식장애 등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로 심리적 요인에 의한 장애가 치료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허가로 67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불면증 환자의 치료 시장뿐 아니라 다른 질환 치료에도 새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충북 오송 식약처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67만명이 모두 이 제품을 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으로 불면증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수혜하는 환자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언제 어디서든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이 크고, 기존 신약과 달리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최근 주목받아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 중인 불면증, ADHD, 섭식장애 치료 용도의 디지털 치료기기는 약 30여 개로 추산된다.
채규한 의료기기정책과장은 "불면증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임상 단계에 있는 제품이 두 번째 디지털 치료기기로 심사 중"이라며 "진입 예정인 것도 30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영규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은 ADHD와 섭식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도입과 관련해 "올해 12월로 가이드라인 개발을 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허가 신청은 가이드라인 시기와 비슷하게 들어올 것 같고 허가는 내년이나 이후가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김재진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은 "향후 디지털치료기기가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 이외에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써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미 활용에 나서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된 나라는 이번 한국을 포함해 미국, 독일, 영국 등 14개국이다.
이중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된 곳은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오 처장은 "식약처는 2021년 국제의료기기 규제 당국자 포럼(IMDRF)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의장국으로 활동하며 AI 기반 가이드라인을 인정받은 바 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우리가 만들고 국제협의체에서 인정받으면 우리 기준이 세계 기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치료기기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35억3천700만 달러(4조5천82억원)에서 연평균 20.6% 성장해 2030년 235억6천900만 달러(30조4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디지털 치료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체계 편입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솜즈는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돼 이를 활용하는 병원에서 이용할 순 있지만, 아직 건보 급여체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건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만 사용 시점이나 수가가 결정되는 만큼 새로운 치료제가 어떻게 건보에 편입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처장은 "적절한 시장 가치를 인정해 주고 신속히 시장에 진입하도록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만큼 사이버 보안이나 불법 유통을 근절하는 문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오 처장은 "솜즈를 품목허가할 때도 사이버 보안 심사를 완료했다"며 "식약처에서 면밀히 보고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채 과장은 "소프트웨어는 누구든지 개발하기 쉽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디지털 치료기기를 국민들이 쓸 수 있도록 홍보하고 불법적인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제품들이 현장에 유통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위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사 처방 여부나 판매 방식을 정하지 않은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약품처럼 질환에 이용해 치료하는 성격을 띠는 만큼 때문에 의사 처방 여부, 판매 주체 여부 등을 놓고 현장에 혼란이 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에 허가받은 솜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다음에 애플리케이션을 환자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사용하는 형식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환자 스스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치료에 쓰는 형태도 향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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