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홀로 살아남은 아이들…"성급하게 입양보내선 안돼"
유니세프 "재난 상황서 보호자 잃은 아이에 인신매매·성폭력 범죄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폐허가 된 집터에서 홀로 살아남은 아기가 속출하면서 입양 문의가 쇄도하지만, 이들을 곧장 입양 보내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이렇게 아무런 연줄 없이 외톨이가 된 채로 입양되는 아기는 인신매매나 성폭력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지난 6일 지진 이후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아 구조되는 아기들이 나오지만 부모나 보호자는 살아남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렇게 홀로 생존한 아기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입양을 제안하는 문의 또한 속출한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는 잔해더미 속에서 지진 10시간 만에 탯줄을 단 채 발견된 아기 '아야'에게 TV 앵커를 포함해 수천 명의 입양 문의가 쏟아졌다.
마지막 힘을 다해 출산한 뒤 숨진 엄마를 포함해 아야의 직계 가족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긴급 소통 전문가인 조 잉글리시는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곧바로 입양 보내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기의 부모나 가까운 친척의 행방이 확인될 때까지는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면서 "적절한 상황에서 아기를 다시 가족과 만나게 해주려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야를 돌보는 의료진 또한 입양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치료를 마치는 대로 종조부(아버지의 삼촌)가 데려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잉글리시는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이런 대재앙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나 보호자를 잃을 것"이라며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부모나 가족을 잃은 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폭력, 학대, 인신매매,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속하게 이런 아이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아이들이 적절한 돌봄과 지원을 받고, 다시 가족을 만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니세프는 지진 피해 현장에서 식수, 옷, 의료, 음식 지원을 포함한 긴급 구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적 건강을 돌보고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관계 단체와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무너진 삶 속에서도 어린이와 가족이 다시 만나도록 돕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며, 섬세한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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