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죽은 딸 손 못 놓은 아버지 "천사처럼 잠들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강진이 휩쓸고 지나간 튀르키예(터키) 동남부 카흐라만마라슈의 폐허 더미에 앉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숨진 딸의 손을 움켜쥔 중년 남성의 사진은 전 세계를 울렸다.
AFP 통신 기자가 찍은 이 한 장의 사진 튀르키예 강진의 전율적인 참상을 백 마디 말, 수천 자의 글보다 더 생생하게 전 세계에 알렸다.
사진 속 아버지인 메수트 한제르(49)는 11일(현지시간) CNN 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피할 겨를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새벽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 지역을 강타했을 때 한제르는 빵을 굽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두 딸과 아들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지만 15세의 막내딸 이르마크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당시 이르마크는 카흐라만마라슈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 있었고,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제르는 카흐라만마라슈로 향했다. 그는 "신에게 울면서 기도했다. 제발 다들 살아 있어 달라고 셀 수 없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도는 소용없었다. 힘겹게 도착한 그곳은 이미 폐허로 변해 있었다.
그는 폐허 더미에서 삐져나온 딸의 손을 발견하고 맨손으로 정신없이 잔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에 짓눌린 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잔해를 치울 중장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한제르는 딸의 손을 꼭 부여잡고 있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자고 있었다"며 "딸은 고통 없이 떠났다. 신이 보내준 천사가 다시 신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사진 속 안타까운 부녀의 모습만큼 카흐라만마라슈의 고통을 잘 드러내는 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제르는 딸과 어머니를 포함해 이번 강진으로 모두 7명의 친지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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