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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온 탈레반들 "엉겁결에 사무직 신세…답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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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온 탈레반들 "엉겁결에 사무직 신세…답답해요"
아프간 장악한 탈레반, 전사들에 정부 부처 등 일자리 제공했지만 '역효과'
수도 카불서 남녀 공용 시설, 높은 임대료 등 문화·경제적 충격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조직원들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수도 카불에서 정부부처 등에서 '사무직'으로 전환된 이후 도시 생활을 갑갑해 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아프가니스탄 분석 네트워크'(ANN)가 이달초 발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직 탈레반 전사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ANN은 지휘관, 저격수, 부사령관과 전사 2명 등 전직 탈레반 요원 5명을 인터뷰하며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후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왔는지 조사했다.
ANN은 보고서에서 "탈레반들이 도시에 살며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곳(카불)에는 전사와 민간인,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과 일반 학교를 다닌 사람,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공개하는 여성과 퍼다(이슬람 국가에서 외부 눈에 띄지 않는 여자들만의 별도 공간) 속에 살아가는 여성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한데 섞여 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사의 삶을 살며 비교적 자유롭게 살던 텔레반들이 정권을 잡고 관리 등으로 직업을 바꾸면서 도시 생활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 전직 저격수이자 현재는 카불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후자이파(24)는 "전사로 지낼 때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책상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인생이 너무 지루해졌다"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에서 일하는 전직 부사령관 캄란(27)은 "지하드(이도교를 상대로 하는 이슬람 전쟁)의 시간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며 "그러나 이제 대부분은 소박한 삶을 버리고 사무실에 갇혀버린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전사였지만 현재는 정부에서 일하는 압둘 나피(25)는 새로운 일을 위해 컴퓨터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업무가 많지 않아 많은 시간을 트위터를 하는 데 보낸다며 "나를 포함한 많은 무자헤딘이 인터넷, 특히 트위터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나피는 컴퓨터를 배우러 간 강의실에 여성이 있어 놀랐다고도 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해석하는 탈레반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남성과 여성은 철저히 분리돼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자이파는 경찰서에서 막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여성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자 당황해 숨어버린 적이 있다며 "평생 초면인 여성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휘관에서 정부 고위 관료가 된 오마르 만수르(32)는 카불의 교통체증과 높은 임대료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월급으로 180달러(약 23만원)를 받는다"며 "임대료가 너무 비싸 가족을 카불로 데리고 올 수 없다"고 말했다.
카불 도로 검문소에서 일하는 전직 전사 압둘 살람(26)은 전사들에 대한 탈레반의 대우가 악화한 것 같다며 불평했다.
그는 "돈이 족쇄라는 속담이 있다"며 "우리가 불평을 늘어놓거나 출근을 하지 않거나 규칙을 어기면 그들은 우리의 월급을 깎는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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