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 걸린 디즈니월드…美공화 대선주자, 행정감독권 장악
디샌티스에 특별지구 인사권…민주 의원 "성소수자 지지 디즈니에 보복"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유력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올랜도에 있는 거대 레저 복합단지 디즈니월드에 대한 행정 감독권을 쥐게 됐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10일(현지시간)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올랜도 디즈니월드 일대에 지정된 특별행정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리디 크리크 개선지구'(RCID)는 올랜도에 있는 월트디즈니의 놀이공원 디즈니월드와 그 일대 2만5천에이커(약 101㎢)의 행정과 조세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1967년 제정된 주 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특별지구 지정은 월트디즈니가 올랜도에 대형 레저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디즈니월드는 7만5천명 이상을 고용했고 코로나19 이전 기준 연간 5천만명 넘는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이날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주의회는 주지사에게 RCID 이사진 5명을 지명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구 명칭을 RCID에서 '중부 플로리다 관광 감독 지구'(CFTOD)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사회는 디즈니월드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호텔 신축이나 추가 연결도로 건설, 시설 확장 등 디즈니월드 개발에 의결권을 가진다.
NYT는 이사회가 정치화하면 개발 계획을 지연·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이사회는 디즈니가 통제하는 기구를 통해 임명돼 왔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대변인인 브라이언 그리핀은 월트디즈니에 이 지구를 단독 장악할 권한을 부여한 기존 시스템에는 책임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다면서 법안 통과로 "플로리다가 새 시대를 열었다"고 환영했다.
플로리다주가 디즈니월드에 대한 고삐를 죄는 것은 성소수자 관련 교육 정책을 두고 디즈니월드가 주 정부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소속 린다 스튜어트 주 상원 의원은 "이 모든 것이 디즈니가 LGBTQ(성소수자) 공동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데 대한 주지사의 보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플로리다 주의회는 공립학교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적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부모의 교육권' 법을 제정했다.
디즈니는 처음에는 이 법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직원들이 회사의 침묵에 대해 단체로 항의하자 밥 체이펙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디샌티스 주지사는 직접 주의회에 디즈니에 대한 특별 세금 혜택 등을 박탈하도록 요청했다.
디즈니월드 일대는 특별지구 지정에 따라 소방·상수도·쓰레기 처리·도로 관리 등에 실질적인 자율권을 갖고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지난해 플로리다 주의회는 이를 철폐하는 법안을 통과했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바로 서명했다. 이 법은 올해 6월 발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특별지구가 자율권을 가진 만큼 소방·도로 유지관리 등 비용을 사실상 디즈니가 직접 부담하고 있고 특별지구에 12억달러(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도 있어 특별지구 해제가 오히려 시민들에게 증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플로리다 주의회는 RCID의 특별지구의 기존 재정적 혜택을 대부분 유지하는 대신 주(州)의 통제 아래 두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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