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국민 분노 직면한 에르도안, 부실 대응 첫 인정
"이런 재난 대비는 불가능"→"정부 대응 신속하지 않았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당국의 대응이 신속하지 않았다며 강진 발생 이후 처음으로 정부 잘못을 인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동남부 아디야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너무 많은 건물이 파손돼 불운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신속하게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강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州)에서 14만1천명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색·구조대"가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부실 대응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지난 8일에서야 피해 현장을 방문했지만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논란만 키웠다.
당시 그는 정부가 재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허위 비방을 늘어놓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2천명을 넘어서고 그 가운데 대부분인 약 1만9천명이 튀르키예에서 나오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여론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의 구조작업 지연, 지난 20여 년간 징수한 '지진세'(공식 명칭 '특별통신세')의 불분명한 용처, 맥없이 무너진 건물들의 부실 공사 정황 등을 놓고 주민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이런 재난은 대비가 불가능했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은 태도를 바꿔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고 공식 인정하며 민심 진화에 나섰다.
2014년부터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은 오는 5월 14일 대선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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