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스관 폭파공작' 보도에 미국 압박…"명확히 설명해야"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에 이어 중국도 미국 압박에 가세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0일 공동 사설을 통해 노르트스트림 폭발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다는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쉬의 기사를 언급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미 정보기관들이 어떻게 파괴를 계획했는지, 미 해군이 어떻게 폭파를 수행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사가 발표된 뒤 미국은 재빨리 부인했지만, 설득력이 없다"며 "국제사회는 미국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찰 풍선' 사태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층 수세에 몰린 중국이 허쉬의 보도를 기정사실로 하며 대미 외교를 공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신문은 "주요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것은 매우 끔찍한 행동"이라며 "일부 국가가 국제조사를 막으며 조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지만, 허쉬의 기사는 국제수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매체들이 자국 정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폭발 직후 만장일치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인 침묵은 미국 언론기관이 언제 저자세로 있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방에 의해 폭파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도 이 보도에 기반한 국제조사를 요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전례 없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기반시설 파괴 행위에 대한 공개적인 국제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고,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도 성명을 통해 "이 보도는 국제적 조사의 기초가 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허쉬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미국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어떻게 제거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가스관 폭파 공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해군 잠수요원들이 정부 지시에 따라 사전 훈련을 거쳐 지난해 9월 가스관에 원격 작동 방식의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거짓이며 완전한 허구"라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독일을 거쳐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발트해 바다 밑에 설치된 가스관이다.
이 가스관은 지난해 9월 4개 지점이 파손되면서 막대한 양의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복구 시점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덴마크와 스웨덴 수사당국은 강력한 폭발로 가스관이 훼손됐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지었지만, 폭발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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