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대통령, 최악 전력난에 국가재난사태 선포
연례 국정연설서 밝혀…"전기부 장관 임명해 에너지 위기 전담"
일부 야당 의원 항의에 45분 지연…연단 오르려다 밖으로 쫓겨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사상 최악 전력난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저녁 케이프타운 시청에서 진행된 연례 국정연설에서 "특별한 상황은 특별한 조치를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히고 "지금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몇 달씩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전력 부족을 겪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재난사태 선포로 식품, 저장, 소매 공급망은 물론 발전기와 태양광 패널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연설에서 또 대통령 직속으로 전기부 장관을 임명해 에너지 위기 해결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고, 작년 4월 동남부 홍수 대란 당시에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재난사태 선포와 전기부 장관 임명 등이 전력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아공은 국영전력공사 에스콤이 노후화한 화력발전 시설을 제때 정비하지 못하면서 15년 넘게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에스콤은 최근 수년간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눠 단전하는 방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순환단전(로드셰딩)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상황은 더욱 악화해 최근에는 지역에 따라 하루 최장 11∼12시간의 단전을 감당해야 하는 등 전력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이날까지 100일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순환단전이 이어져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한 남아공의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5%였던 경제 성장률은 올해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 중앙은행은 하루 6∼12시간의 순환단전으로 매일 2억400만∼8억9천900만 랜드(145억∼64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한편 애초 오후 7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설은 그의 국정 운영 실패에 항의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방해로 45분 정도 지연됐다.
붉은색 옷을 맞춰 입은 급진 좌파 야당 경제자유전사(EFF) 의원들은 국회의장의 퇴정 요청에 연단 점거를 시도하다가 경비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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