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구호대 거점 안타키아…한국과 인연 많은 하타이 주도
'진앙' 가지안테프서 130㎞…'100년 문화재' 한인교회 붕괴
국가대표 김민재 활약도…인근엔 한국전 첫 파병 항구 이스켄데룬
'시리아 접경' 주요 피해지역…긴급구호대, '형제의 나라' 지원 개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강진 피해로 신음하는 튀르키예에 급파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거점으로 결정된 튀르키예 남부의 안타키아는 한국과의 여러 인연을 품은 도시다.
하타이의 주도로, 시리아를 코앞에 둔 접경지이기도 하다. 총면적은 858㎢이고 인구는 21만8천명이다.
가지안테프주의 진앙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30㎞밖에 떨어지지 않아 이번 지진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안타키아는 교민 약 10명 거주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특히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의 다문화와 포용을 상징하던 한국인 교회가 이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번에 해당 건물이 붕괴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1995년 서울 광림교회의 김선도 당시 담임목사가 성지순례 중 안타키아 시내를 방문했다가 건물을 사들이고 튀르키예 정부 허가를 받아 이곳에 2000년 설립한 안디옥 개신교회다.
이 교회 건물은 1923년 준공돼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으며, 과거 프랑스 영사관으로 쓰이는 등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된 바도 있다.
다만 이번 지진 이후 현지 교민들은 다행히 주택 파손 등 일부 재산피해를 입는 데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2007년부터 안디옥 개신교회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장성호 목사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는 내게 정말로 고맙고 뜻깊은 나라"라며 "모두가 하루빨리 이번 피해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27·나폴리)도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튀르키예 리그에서 뛰던 시절인 2021∼2022년 안타키아의 예니 하타이 경기장에서 수차례 활약하며 현지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김민재는 9일 소셜미디어에 튀르키예 국기와 함께 'Pray for Turkey'(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올리며 기부 가능 단체를 소개하는 등 지원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타키아에서 북쪽으로 약 43㎞ 떨어진 곳에는 지중해에 맞닿은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이 위치해 있다.
이스켄데룬과 한국의 인연은 더욱 각별하다.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가 남한을 돕기 위해 파병한 1여단 장병들이 1950년 9월 25일 수송선에 실려 출항한 곳이 이곳이다.
같은해 10월 12일 튀르키예 선발대가, 닷새 뒤에 본대가 각각 부산에 상륙했다.
현지인들은 아직도 이스켄데룬 한복판에 세워진 한국전쟁 파병 기념비를 바라보며 '형제의 나라' 한국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주터키한국대사관은 지난 2021년 이스켄데룬에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 직업훈련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이스켄데룬도 이번 지진으로 컨테이너 하역장에 큰 불이 나는가 하면 바닷물이 시내에 들어차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한 긴급구호대는 향후 타국 구조대 및 유엔과 협의를 거쳐 하타이 지역서 수색·구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강진 피해는 가지안테프, 카흐라만마라슈, 하타이, 말라티야, 디야르바크르, 샨르우르파, 오스마니예 등 남동부 일대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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