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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도쿄선언' 40주년…'반도체 위기' 극복할 이재용 혜안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누가 뭐라고 해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다. 이 사실을 알려달라."
1983년 2월 8일 당시 일본 도쿄에 있던 이병철 삼성 회장은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알렸다.
한국 기업사(史)에서 '퀀텀 점프' 순간 중 하나로 꼽히는 이른바 '도쿄 선언'이다.

오는 8일이면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이 나온 지 40주년이 된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전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쓰인 삼성의 '반도체 신화'는 현재 위기에 직면했다.

◇ '과대망상증' 비웃음에도 도전…불황에도 신규 투자 '결단'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손을 대기는 했지만 '도쿄 선언' 이전까지는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때였기 때문에 '도쿄 선언'을 두고 업계와 투자자의 비웃음이 잇따랐다. 미국 인텔은 이 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했고,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에선 '한국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칼럼도 나왔다. 정부도 우려를 내놓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병철 회장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 이상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회고했다.
이후 삼성전자[005930]는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었고, 그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올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56K D램 개발시에는 기존 4인치 웨이퍼에서 곧바로 6인치 웨이퍼로 '월반'했고, 일본 기업들이 1987년 불황을 맞아 설비 투자를 축소할 때는 오히려 신규 라인을 건설, 곧이어 찾아온 호황기에 누적 적자를 해소했다.
4M D램을 개발할 때는 '트렌치'와 '스택' 방식을 놓고 선진업체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이건희 선대 회장은 수율이 높은 스택 방식을 택했고, 이후 스택 방식이 4M, 16M, 64M D램까지 기술 주류가 되면서 삼성이 메모리 분야 1위에 올라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6년 1기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을 비롯해 20나노급 D램(2011년), 3차원 수직구조 1세대 V낸드(2013년), 3세대 V낸드(2015년), 10나노급 D램(2016년) 등 '세계 최초' 수식어가 이어졌다.

◇ 흔들리는 '세계 1위'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기술'로 '세계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지만, 최근 직면한 상황은 위기 그 자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업황 악화로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9% 급감한 2천700억원에 그치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점을 감안하면 주력인 메모리는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의 기반이 되는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밀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4분기 매출은 20조7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천255억 대만달러(한화 약 26조1천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보다 적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작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1%로 압도적 1위이며 삼성전자는 15.5%로 2위에 머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20곳의 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2천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1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1분기에도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005940](-2조7천600억원)과 미래에셋증권[006800](-1조7천억원) 등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를 전망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잇따르고 있다.

◇ 이병철 '도전'·이건희 '결단' 이어 이재용의 카드는
비록 삼성전자가 30년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1위를 지켰다고는 하나 최근 들어 반도체 기술이 나노 단위로 초미세화되며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경쟁사의 추격도 거센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이 작년 10월 27일 회장 취임 소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뒤를 이을 이재용 회장의 혜안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일단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R&D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 8월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캐펙스(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지니어링 런 비중을 확대하고 캐펙스 내에서 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결국 이 같은 기조로 풀이된다.

자연적 감산 가능성까지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투자를 지속하며 현재의 위기를 정면 돌파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어려울 때일수록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투자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온 만큼 이재용 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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