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에도 못살리는 소아 중환자 늘었다…사망률 매년 6.6% 증가"
"별도 소아중환자실 운영 병원이 'CPR 사망위험' 27.5% 낮아"
삼성서울, 소아청소년 환자 542만명 분석…"필수의료 살리기 서둘러야"
"소아청소년 전공의 미달 사태 등으로 소아중환자실 및 인력 부족 악화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소아청소년 중환자의 사망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런 사망률은 소아청소년 중환자실이 없는 병원일수록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최근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일부 대형 병원들이 소아 전담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운영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으면서 필수 의료 붕괴 우려가 커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조중범 교수, 소아청소년과 손명희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2012∼2018년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 사례 542만9천471건을 분석한 결과 CPR이 시행된 소아청소년 중환자의 사망률(이하 CPR 사망률)이 점차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기간 중 CPR 시행 건수는 줄어든 반면 사망률은 높아졌다.
2012년 CPR 시행 기록을 보면 총 550건이었지만, 2018년에는 381건으로 감소세가 확연했다. 연구팀은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소아 중환자도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CPR 사망률은 2012년 47.5%에서 2018년 54.9%로 뛰었다. CPR이 시행된 소아청소년 환자 수가 줄었는데도, 오히려 사망률은 더 높아진 셈이다. 연령과 질환 등 소아청소년 환자의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연구팀이 통계적으로 보정해 분석했더니 CPR 사망률은 조사 기간 중 해마다 6.6%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갈수록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망률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예상 밖의 이례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이런 분석 결과는 다른 선진국의 추세와도 크게 다르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이번 연구와 비슷한 2009∼2017년에 소아청소년 환자의 CPR 발생 건수가 늘었음에도 사망률은 2000∼2009년 CPR 사망률이 대폭 감소했던 시기와 비교해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로 볼 때 소아청소년 환자의 CPR 사망률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중환자실과 필수 의료진 등의 의료자원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소아청소년 중환자의 CPR 사망률 증가 현상은 소아중환자실과 전담 인력이 없는 병원에서 더욱 뚜렷했다. CPR 발생률은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높았지만, CPR 사망률은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이 54.8%로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의 45.1%를 상회했다.
연구팀은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의 CPR 사망 위험이 소아중환자실이 없는 병원보다 27.5%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90% 이상의 중증 소아가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50% 이상의 중증 소아가 성인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 등으로 소아 중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없거나 모자란 탓에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257개의 소아중환자실이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11개 병원만이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중범·손명희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생명이 더욱 귀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처럼 해서는 살릴 수 있는 아이도 잃게 될 우려가 큰 만큼 병원 내 소아청소년 환자 관련 시설, 인력 등의 구조적 개선과 함께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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