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비염일까, 축농증일까…"콧물 색깔 잘 살펴야"
비염은 맑은, 부비동염은 누런 콧물…"방치하다간 수술 치료 필요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비염과 부비동염(축농증)은 각기 다른 질환이지만 '콧물'이라는 증상이 유사하다. 두 질환에서 비롯된 콧물은 답답하고 지긋지긋할 뿐만 아니라 안면부 압박감과 두통까지 유발한다.
하지만 이런 콧물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칫 부비동염을 비염으로 생각해 방치하면 수술로 치료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일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소속 전문의들에 따르면 비염과 부비동염은 콧물이라는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콧물의 색깔을 유심히 관찰하면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비염의 콧물은 맑은 게 특징이다. 여기에 코막힘과 간지러움, 재채기 등이 동반된다. 원인이 알레르기에 의한 것이면 알레르기 비염, 그렇지 않으면 비(非) 알레르기 비염으로 구분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의 꽃가루와 동물의 털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민진영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피하는 게 증상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현실에서는 많은 제한점이 있다"면서 "따라서 비염의 치료는 완치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질환의 정도를 조절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비염 치료에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약물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은 콧속으로 분무하는 스프레이제다. 환자의 증상 완화 정도에 따라 콧물과 가려움증을 덜어주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증상이 심하고 반복적인 경우라면 원인물질(항원)로 면역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원인이 되는 항원을 주사함으로써 알레르기 민감성이나 반응을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피하주사를 한 달에 한 번씩 3년가량 지속해서 맞아야 한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알레르기 정제물질을 환자의 혀 밑에 매일 집어넣는 설하요법도 쓰이고 있다. 다만, 주사요법과 설하요법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게 좋다.
반면 우리가 흔히 축농증으로 아는 부비동염은 코 주변의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뼈들 사이의 빈 곳인 부비동 점막에 염증이 발생해 생기는 질환으로, 비염과 달리 콧물의 색깔이 누런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후각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많다.
이 질환은 면역학적인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고, 해부학적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비염이나 코감기와 증상이 유사해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민 교수는 "부비동염 환자들은 누런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기도 하고, 염증으로 인해 얼굴에 불편감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코에 통증을 느끼거나 묵직한 불편감을 느끼는 것도 부비동염의 증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부비동염이 심해지면 인지기능에 손상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의대 이비인후과 연구팀은 2021년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AMA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발표한 논문에서 만성 부비동염이 뇌에 영향을 미쳐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질환은 오래 앓았는지 여부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약물치료를 하지만, 만성은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 치료한다. 만약 부비동염으로 콧속에 용종이 생겼다면 후각 기능을 떨어뜨리는 만큼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수술은 내시경을 이용한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코안으로 내시경과 기구를 넣어 염증이 있는 점막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민 교수는 "부비동염은 요즘처럼 날씨가 춥고 건조할 때 콧물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호흡이 불편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수술 치료를 받은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한 환자 스스로의 관리가 증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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