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해고하면서 엉뚱하게 킹 목사 인용한 美 CEO '된서리'
킹 목사 발언 인용해 '결단' 포장했다가 "부적절" 사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한 테크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정리 해고 메일을 발송하면서 민권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발언을 엉뚱하게 인용해 '된서리'를 맞았다.
1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페이저듀티의 제니퍼 테하다 CEO는 지난달 24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체 인력의 7%를 감원하겠다고 통보했다.
테하다는 킹 목사의 1958년 연설 중 한 대목을 수정해 이메일에 인용하면서 "지도자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 척도는 안락과 편리함의 순간에 있지 않고 도전과 논쟁의 시기에 있다"면서 이번 해고 방침이 고심에 찬 대단한 결정인 양 포장했다.
이러한 테하다의 이메일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자 킹 목사 발언을 아무 생각 없이 인용한 최악의 해고 통보라는 비판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아울러 테하다는 해고 통보 이메일에 한 임원의 승진 소식을 함께 끼워 넣으면서 이 인사에 대해 기쁘다는 소감까지 밝힌 것으로 드러나 더욱 빈축을 샀다.
테하다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킹 목사 발언 인용은 부적절했고, 더 사려 깊게 해야 했다"며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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