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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물론 장관·푸틴까지…슬슬 전쟁을 '전쟁'이라 부르는 러
국영TV "전쟁이든 특별군사작전이든 의미 같다"
군사작전으론 설명에 한계…추가 동원령 포석 의심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라 부르지 못하던 러시아에서 주요 인사들이 '본심'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실수인지, 의도된 발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크렘린궁식 정치선전 유포에 앞장서던 방송 선동가는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본인까지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전쟁'으로 부르는 일이 목격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방송의 정치선전을 감시하는 '러시아 미디어 감시단'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유한 동영상을 보면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방송진행자 마르가리타 시모니얀 보도국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으로 불렀다.
그는 서방과 러시아의 공존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은 결국 끝난다. '전쟁'이라 부르든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든 의미는 결국 같다. 언제가 됐든 결국 끝이 날 텐데 그런 뒤엔 우리랑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크렘린궁은 작년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을 줄곧 '특수 군사작전'으로만 지칭했다. 같은 해 3월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으로 부르면 처벌받도록 형법도 개정됐다. 이 조항을 위반해 감방에 들어간 인사, 문을 닫은 언론사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즐겨 본다는 국영방송 RT의 최고 보도책임자가 특수 군사작전이 전쟁과 같은 의미라고 방송 중에 규정해 버렸다.
전쟁 전 러시아군의 계획과 달리 침공 기간이 1년에 가까워지고 범위나 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치 선동에 앞장서던 국영방송마저 법을 어기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 '법'을 어긴 정치선동가는 시모니얀 보도국장이 처음은 아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앞서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푸틴의 목소리'로 불리는 러시아1 채널의 대담쇼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이미 작년 10월에 방송 진행 중 "전쟁"이라는 단어를 내뱉은 바 있다.
그 이후부터는 방송 출연자뿐 아니라 누구보다 '말조심'에 애를 쓰던 러시아 정부 수뇌부마저 '특별군사작전'을 '전쟁'으로 부르는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달 초 러시아 외교 실무책임자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연례 기자회견 중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단지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가 싫어서, 젤렌스키가 코미디 쇼 공연을 멈춰서, 크바르탈95 스튜디오(젤렌스키 대통령이 창립한 제작사) 운영을 멈춰서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수 년 동안이나 경고했다"고 말했다. 외교장관이 직접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한 셈이다.
지난달 22일에는 마침내 푸틴 대통령까지도 '전쟁'을 거론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진행하던 연설 도중 "(우크라이나) 군사 갈등에 부채질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다.
러시아 반체제인사들은 이 발언을 두고 "푸틴 대통령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지역을 해방시킨다는 '특별군사작전'을 명분으로 삼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무력충돌은 전장의 소모전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를 포괄하는 진영 대결로 확대돼 특정한 군사작전의 범위를 넘은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병력 부족에 따라 대규모 추가 동원령을 염두에 두고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서방과의 대결을 강조하며 '전쟁'을 운운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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