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철 끝나면 버려지는 개들…스페인 동물보호법안에 찬반 시끌
시골서 사냥개로 토끼 잡는 풍습…총선 앞두고 여당 골머리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스페인에서 최근 동물 권익을 대폭 보강하는 법안이 추진됐다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인 시골 사람들은 개를 이용한 사냥을 전통 풍습으로 즐기고 있는데, 이 법안이 사냥개 이용을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낙인찍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을 앞둔 여당이 부랴부랴 법안을 수정하려 하자 이번엔 동물 권익 옹호론자들이 반발하며 이 논란은 시골과 도시 지역간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여당인 사회당은 작년 동물권을 확충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가 최근 이를 둘러싼 논란으로 곤욕을 겪고 있다.
이 법안은 사람이 가축이나 야생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면밀히 분석해 동물의 권익을 저해하는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심각한 위반 사안에 대해선 징역형까지 처한다.
상점에서 동물을 거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동물원은 전시 개념을 탈피해 야생동물 재활시설로 바뀌게 된다. 동물을 번식시키는 것도 일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스페인 시골의 전통 풍습인 사냥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스페인 지방에선 그레이하운드 등 사냥개를 동원해 토끼나 사슴, 멧돼지 등을 사냥하는 것이 인기 스포츠로 통하는데, 사냥 시즌이 끝나면 필요 없어진 사냥개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법안이 통과되면 개를 유기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사냥개 이용이 곤란해진 지방에서 이 법안을 두고 반대 여론이 팽배했다.
전국 33만7천여명의 사냥꾼 권익단체인 '로열 스페인 사냥 연합'은 법안이 사냥을 퇴출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방은 사회당의 주요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기에 올해 말 총선을 앞둔 사회당으로선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사냥은 단순히 시골 사람들의 취미를 넘어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사냥 산업은 매해 50억 유로(6조7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회당은 결국 지난달 사냥개는 법안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사회당 의원이자 스페인 북동부 도시 시장이기도 한 네고냐 나사레는 의회 상임위에서 "우리는 지방 사회를 존중하고 사냥 풍습을 이해한다"라며 "우리는 모든 이를 위한 입법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연정 파트너인 좌파 포데모스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 법안의 초안을 마련한 포데모스 당직자 세르지오 가르시아 토레스는 "사회당은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법안은 2월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은 지금은 포데모스와 연정을 하고 있지만 도시 지역 좌파 유권자의 표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유권자는 동물 복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야당 국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도시인들도 동물 복지에 민감하다.
법안 지지자들은 사냥 시즌 이후 들판에 버려지는 개가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2021년 사냥철이 지난 후 스페인에 버려진 개는 16만7천마리에 달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 민심도 이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시하고 있다. 도시인들의 구미에 맞춰 법안을 추진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사냥협회장인 호세 마리아 만체뇨는 "사회당이 지방에서 사냥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이 당이 도시 지역 유권자에 기울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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