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대사 "한독수교 140주년 전략적 동반자로…IRA 대응 공조"
"비핵화 전제로 언제든 북과 대화할 용의 국제사회에 설명 중요"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김홍균 주독일대사는 26일(현지시간)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이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관계를 한층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서는 양국 산업에 불이익이 오지 않을 수 있도록 독일과 협력, 공조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는 부임 3개월째를 맞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대 전환을 천명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연대를 더욱 중시하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외무고시 18회 출신인 김 대사는 외교부에서 장관보좌관, 한미안보협력관, 평화외교기획단장, 차관보에 이어 한국 정부 북핵수석 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정무안보분야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직속 글로벌비전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윤석열 정부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그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방한 수행을 시작으로 독일 정관계와 재계, 학계, 우리 동포사회까지 전방위로 만난 결과 독일 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과 독일은 모두 전후의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뤄냈고, 분단의 아픔도 이해하고, 통일을 달성한 독일은 한국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잘 알고 있는 동시에 양국은 오늘날 지정학적 구조변동 속에서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를 가진 국가로서 안보·경제적 도전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고 김 대사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공유하고 있는 가치에 기반해 양국이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이슈에 같이 공조해나갈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김 대사의 포부다.
그는 특히 미국이 IRA에서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되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40% 이상 사용하는 경우에만 최대 규모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관련, 법 개정 외에 한국과 독일이 자국 산업에 불이익이 오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같이 보면서 협력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IRA의 문제점에 대해 가장 먼저 얘기하고 나선 가운데, 독일도 자국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우리와 같은 우려를 공감한 만큼, 독일과 공조해 미국 국내 산업이나 미국 국내 공장과 비교해 차별받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뭐가 있는지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요 기술이나 광물에 있어서 공급망 안정, 반도체, 그린 수소, 태양광 패널, 재활용 에너지 등의 분야에 대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한국과 독일이 188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140년이 지난 중대한 해인 만큼,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김 대사는 밝혔다. 이를 통해 양국 관계가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도약해 한독 관계가 포괄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사는 현재 베를린 북한대사관의 대외공개 활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지난해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고, 대화나 협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지금은 남북관계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고, 현재 국면이 쉽게 풀려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국면에서는 우선은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에 잘 대응하는 것이 제일 첫 번째고, 북한은 항상 저렇게 하다가도 어느 단계에 들어가면 갑자기 대화할 의사를 표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담대한 구상에 제시했듯이 비핵화를 전제로 우리는 언제든 북한과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독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우리 정부가 독일에 광부를 파견한 지 6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독일에는 현재 약 1천여 명의 파독 광부 출신 동포가 체류 중이다. 1963년 이후 광부, 간호사 파독으로 형성된 독일 동포사회는 4만7천428명의 동포가 거주하는 유럽 최대 규모 동포사회다.
김 대사는 "파독 근로자들이 그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재독 동포 사회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고, 60주년을 맞아 동포사회와 그 의미를 나누고 축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특히 파독 광부들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독일 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독일 정부의 관련 기관들과 접촉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재외국민 보호와 인종차별 관련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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