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의회, '우크라에 군수품 재수출 허용' 법개정 추진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입법부가 자국산 무기를 비롯한 군수품이 제3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공급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립국으로서 분쟁 지역에 자국산 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물론 재수출 방식으로 제3국을 통해 공급하는 것까지도 금지하고 있는 스위스가 정책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의회에 따르면 의회 안보정책위원회는 제3국을 통한 스위스산 군수품 재수출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최근 회의를 열어 법 개정에 동의하기로 했다. 위원회 표결 결과 찬성 14표, 반대 11표로 법 개정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전쟁물자법은 자국산 군수품을 구매한 나라가 다른 국가로 이를 재수출하려면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중립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가 간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에는 재수출을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스위스제 전차를 재수출하려던 덴마크와 스위스에서 제조된 자주대공포용 탄약을 재수출하려고 한 독일의 요청을 스위스가 잇따라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 입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재수출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건 중립국 원칙에 집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발목 잡지 말아 달라는 서방 국가들의 요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정책위원회는 법 개정 방향에 대한 세부 의견도 제시했다.
우선, 유엔총회 참가국 3분의 2 이상이 불법적 무력 사용이 일어났다고 보는 분쟁 지역일 경우 자국산 군수품 재수출을 허용하는 식으로 현행법에 단서를 붙이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아예 비상입법 방식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자국산 군수품의 재수출 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정책위는 성명을 통해 "위원 대다수는 스위스가 유럽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분쟁 지역에 전쟁 물자를 직접 수출하는 건 여전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중립국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법 개정안은 연방의회 전체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입법화할 수 있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는 자국산 군수품을 분쟁 지역에 재수출하는 길을 열면 중립을 핵심으로 하는 자국 외교 정책에 큰 부담을 안긴다고 보고 독일·덴마크 등 국가의 재수출 요청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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