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광물요건 시행 코앞인데…배터리 소재 中의존 갈수록 심해
작년 수산화리튬 대중 수입 비중 87.9%…전년 대비 4.1%p 상승
코발트·천연흑연도 모두 늘어…배터리업계 '발등의 불'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코발트 등의 대(對) 중국 수입 의존도가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배터리 광물 요건 시행이 임박했지만 핵심광물 공급망의 '탈(脫) 중국'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전체 수입액 36억8천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은 32억3천만달러에 달해 87.9%를 차지했다. 이는 재작년보다도 4.1%포인트 높다.
지난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호조로 수산화리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급등하자 대중 수입액은 전년 대비 5.8배로 크게 늘었다.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64.9%에 그쳤지만 2019년 74.4%, 2020년 81.2%, 2021년 83.8%까지 뛰어 올랐고, 작년에는 90%에 육박했다.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 2억5천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72.8%(1억8천만달러)를 차지해 전년 대비 비중이 8.8%포인트 확대됐다.
코발트의 대중 수입 비중은 2018년 53.1%에서 2019년 56.3%, 2020년 83.3%까지 늘었다가 재작년에 64.0%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의존도가 깊어졌다.
천연흑연은 전체 수입액(1억3천만달러) 중 중국 수입액(1억2천만달러) 비중이 94%에 달했다. 재작년(87.5%)보다는 6.5%포인트 상승해 역시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광물 요건 시행 시점이 두 달 뒤로 다가오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IRA는 배터리의 광물·부품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 중 3천750달러는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2027년 80% 이상) 이상 사용한 배터리에만 적용된다.
정부는 미 재무부의 3월 IRA 세액공제 가이던스(하위규정) 발표를 앞두고 핵심 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포함되도록 설득 중이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미국 업체와는 탄산리튬 공급 계약을, 호주 업체와는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SK온은 호주·칠레 리튬 생산기업과 잇따라 광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006400]는 에코프로비엠[247540]과 공동 출자해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고 경북 포항에 세계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리튬 확보를 위한 소재 기업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호주 광산과 아르헨티나 염호를 주축으로 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는 북미 지역에서도 2025년부터 연간 2만t(톤) 규모의 리튬 생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외자원 개발 지원 사업을 복구하고, 자원 보유국의 핵심광물 국유화 움직임에 대비해 다자 간 협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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