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간 조명 7천개 못끈 미국 고교…"수리할 줄 몰라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고등학교에서 조명 시스템이 고장났지만 수리를 못해 거의 1년 반 동안 조명 7천여개를 24시간 켜두고 있어 현지 사회에서 논란이다.
19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윌브러햄에 있는 미네쇼그 고등학교는 교내 조명 시스템 고장으로 지난 1년 6개월간 조명 7천여개를 끄지 못하고 있다.
시골 마을의 유일한 고등학교로 1천200여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는 2012년 새 건물(연면적 2만3천㎡)을 지으면서 에너지 절약형 조명 자동 점멸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내에 설치된 수많은 조명을 일일이 관리자가 켜거나 끄지 않고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관리하면 에너지를 절감하고 전기세도 아낄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었다.
그러나 2021년 8월 말 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겨 전등이 낮에는 꺼지지 않고 밤에는 더 밝아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낭비는 물론 일과시간에 시청각 자료 시청 등 수업을 하는 데에도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급기야 교사들이 가끔 교실의 교체 가능한 전등은 손으로 돌려 빼는 식으로 실내등을 끄기도 했다고 NBC는 전했다.
학교 측은 이 조명시스템을 수리하려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시스템을 설치한 회사를 찾아 나섰지만 이미 여러 차례 회사 경영진의 손바뀜을 거치면서 이름도 변하면서 정체가 불분명해졌다.
업체와 겨우 연락돼 수리를 요청했지만 이 시스템을 잘 아는 기술자를 찾는 데 수주일이 또 흘렀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장 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를 찾았는데, 이번엔 공급망 마비 때문에 배송이 하세월이었다.
결국 내달 중국에서 부품이 오면 고장 난 조명 시스템을 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학교가 속한 햄프던-윌브러햄 교육청에서 재정을 담당하는 에런 오스본 국장보는 "조명 때문에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얼마의 전기세가 낭비됐는지 추산하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전기요금이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그는 "월평균 수만 달러는 아니지만 수천 달러가 조명 고장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나마 조명이 LED 등 에너지 절약형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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