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솔레다르 집착하지만…"잘해봐야 피로스의 승리"
결국은 바흐무트 '접근로'…지하자원 개발도 전쟁통엔 '글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작은 마을 솔레다르 장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폐허나 다름없는 이 마을의 전략적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그동안 간절히 바라던 '1승'을 올릴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는 전술적,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솔레다르를 장악했다고 거듭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군이 솔레다르를 확보한 게 사실이라면 작년 7월 이후 연전연패하던 러시아군으로서는 모처럼 만의 성과가 된다.
승리가 너무도 간절한 탓인지 러시아 내부에선 누가 솔레다르를 장악했는지를 두고 서로 공적을 내세우는 볼썽사나운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솔레다르 장악 사실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민간용병단 와그너그룹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와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단이다.
와그너 그룹은 그동안 솔레다르 전투를 주도해 이 지역 장악을 이끌었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러시아 국방부 공식 발표에선 이런 내용이 대놓고 무시된 것이다.
발끈한 와그너그룹은 고위 지휘관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가 다른 사람들의 공을 가로채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프리고진 본인도 성명을 내서 "자기 자리만 지키려는 당국자들"이 와그너그룹의 명성을 깎아 먹었다고 했다.
그제야 러시아 국방부는 추가로 짧은 성명을 내 "솔레다르 시내를 직접 공격하는 전투 임무는 용감하고 이타적인 와그너사의 자원자들이 해결했다"고 일부 공적을 인정했다.
이러한 소란은 국방부와 와그너그룹의 권력 다툼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방부와 와그너그룹 양측이 욕심을 낼 정도로 솔레다르가 집중 조명되는 이유는 솔레다르가 최근 우크라이나전쟁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와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흐무트 공략을 시도하고 있는데, 솔레다르를 장악하는 경우 바흐무트 북동쪽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바흐무트 접근도 다소 쉬워진다.
차후 우크라이나 동부의 교통 요충지인 바흐무트까지 점령한다면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높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의 완전 해방'이란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와그너그룹이 솔레다르의 천연자원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솔레다르의 소금광산은 순도 높은 암염의 막대한 매장량을 자랑하며, 이 소금광산 운영사인 우크라이나 국영회사 아르템실은 유럽 최대의 소금 생산자여서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전쟁통에 이런 자원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광산 채굴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데다 우크라이나 저항세력의 거점으로 활용되는 광산 갱도를 온전한 상태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러시아군이 솔레다르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했거나, 내부 권력투쟁이나 간만의 승리라는 상징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상황분석 보고서에서 "솔레다르는 잘 해봐야 '피로스의 승리'"라고 했다. 전투에 승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한 나머지, 이겨도 손해가 되는 승리를 일컫는 용어다.
ISW는 "솔레다르는 14㎢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러시아군이 장악한다고 해서 러시아군이 통신 통제권을 장악하거나 (바흐무트의) 포위력을 강화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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