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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코로나19와 독일내 아시아계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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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코로나19와 독일내 아시아계 인종차별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확산에 따른 독일의 입국 규제 결정 과정을 추적하면서 가슴 한쪽이 싸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독일 내 아시아계가 당했던 인종차별이 재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돼서다.


독일 정부는 처음에는 변이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규제 도입은 섣부르다며 도입 반대를 고수하더니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받는 방안을 도입하라고 강력히 권장하자 180도 선회해 이를 따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아시아계 인종차별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다. 독일 총리실이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적대행위와 공격행위가 많았다고 언급됐을 정도다.
독일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독일에서의 인종차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식 발표했다.
독일 총리실 이주, 피난민과 사회통합 특임관이 내는 13번째 보고서이기는 하지만, 인종차별만 다룬 것은 처음이라는 게 독일 정부의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DeZIM)가 국가 인종차별 현황 모니터링을 위해 지난 2021년 4∼8월 14세 이상 독일 거주자 5천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22%는 직접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9%는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을 안다고 답했고, 45%는 인종차별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조사대상의 90%는 독일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흑인, 무슬림, 아시아인, 유대인, 동유럽인, 집시족 등 인종차별 대상이라고 스스로 분류한 이들 가운데서는 58%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독일 정부는 보고서에서 아시아계 인종차별과 관련,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는 과정 초기에 아시아계에 대한 적대행위와 공격에 대한 보고가 많았다"면서 "이는 팬데믹이 중국에서 기원했고, 아시아식 거주, 식사, 보건 습관 탓에 코로나19가 확산한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야기 등에 기인했다"고 진단했다.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가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와 베를린 자유대와 공동으로 '위기 속 사회적 응집 연구'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9%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7∼12월 외모를 기준으로 아시아계 700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인종차별 사례 중 62%가 언어적 공격이었고, 11%는 침을 뱉거나 살균제를 뿌리는 등의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 전체인구의 27.2%인 2천230만명은 이주배경을 지녔다. 부모 중 최소 1명이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전체 이주 배경을 지닌 이들 중 62%에 해당하는 1천390만명은 다른 유럽국가에서 이주했다.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계는 전체 이주자 중 23%인 510만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중 중동 출신은 350만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내 아시아계 주민은 약 100만명에 달한다.
독일 정부는 아시아인에 대한 구조적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없어 알려진 게 적다며 반아시아계 인종차별 피해자들의 관점에 추후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이 같은 연구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번 경험한 데 따른 학습효과로 이번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독일 거주자 중 60∼80%는 감정적인 파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0%는 인종차별에 대항한 활동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거나 서명운동을 하거나, 습관을 고치거나, 기부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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