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앞당긴다며 석탄 파내?" 기후활동가 독일 뤼체라트 집결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전세계 기후활동가 수천명이 독일 서부의 작은 탄광마을 뤼체라트로 몰려들고 있다.
뤼체라트 마을이 철거되고 인근 탄광에 매몰된 석탄이 채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해당 탄광은 독일 지역정부가 탈석탄을 8년 앞당기면서 조기에 폐쇄될 예정이다.
독일 경찰은 10일(현지시간)부터 뤼체라트 마을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고 독일 ARD방송 등이 9일 전했다.
경찰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하는 어렵고 힘든 작전을 앞두고 있다"면서 "향후 수일 내지 수 주일이 상당히 걱정"이라고 밝혔다.
빌헬름 자우어 경찰 작전총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더는 살지 않는 뤼체라트 마을의 건물과 나무 위 집들이 기후활동가들에 점거됐다"면서 "이에 더해 참호와 바리케이드 등도 만들어졌고, 탄광 내도 점거됐을 수 있는데, 거대기기 점거는 고도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시위는 환영한다. 이는 보호될 것"이라며 "지난 주말 시위는 고조됐고, 돌을 던지는 등의 행위도 있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뤼체라트가 있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는 탈석탄 목표 시기를 2030년까지로 잡아 독일 전체보다 8년 앞당기기로 했다.
탈석탄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운영사인 RWE가 뤼체라트 마을 인근 가르츠바일러 탄광을 조기에 폐쇄하는 대신 마을을 철거하고 지하에 남은 석탄을 채취하는 것을 허용했다.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주민들의 이주를 마친 뤼체라트 마을의 주택과 토지는 이미 RWE 소유다.
기후활동가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이들은 석탄 채취를 위한 뤼체라트 마을 철거를 막기 위해 이 일대를 점거하고 산책, 콘서트 등을 열며 평화시위에 나서고 있다.
1년째 뤼체라트에 머무는 반석탄연대 소속 기후활동가 겸 의사 율리아 리델(29)은 ARD방송에 "우리는 뤼체라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싸움은 이미 국제적으로 돼서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폴란드, 네덜란드, 호주 등 전세계에서 기후활동가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불에 타고 있는데 RWE와 녹색당이 2억t의 석탄을 퍼붓는 격"이라며 "석탄을 고집하는 매일이 기후재앙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경제연구소(DIW)의 분석에 따르면 뤼체라트 지하에 매몰된 석탄은 가스위기 와중에도 필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에, 녹색당 소속인 모나 노이바우어 NRW 경제장관은 "에너지 위기 와중에 올해와 내년 에너지 공급안정을 위해 뤼체라트의 석탄은 채굴돼야 한다"면서 "3건의 독립적 감정평가서가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가르츠바일러 탄광에서는 5억6천만t의 갈탄 채취가 허용됐고, 탈석탄을 앞당기면서 2억8천만t이 지하에 매몰돼 있다는 설명이다. RWE는 재생에너지에 의무적으로 투자를 하기로 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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