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선동' 보우소나루, 美체류 안돼…브라질로 돌려보내야"
美서 송환 요구 분출…미 의원 "미, 독재자 피난처 돼선 안 돼"
보우소나루와 '불편한 관계' 바이든 대통령 선택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지난해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동을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브라질 대통령을 현재 체류 중인 미국에서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이번 폭동은 '브라질판 1·6 의회 난동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의 거취를 놓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미 민주당 하원 의원은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는 플로리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은 브라질에서 테러를 부추긴 이 독재자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되며, 그는 브라질로 송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0월 대선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1.8%포인트 차로 재선에 실패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지난 달 30일 경호 인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근거지인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로써 전임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띠를 수여하는 관행까지 깨뜨렸다.
카스트로 의원은 이어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내 테러리스트를 선동하는 데 트럼프식 각본을 사용했다"라고도 비난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1월 6일 미 의사당 폭동 당시 지지자를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행보도 이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측은 룰라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 등 국가 기관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켜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 의원도 트위터에 "미국 의사당이 파시스트의 공격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브라질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브라질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요구 속에 바이든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가 하면 2020년 미국 대선 후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2016∼2018년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였던 존 필리는 미국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발급했던 비자를 취소하는 방법으로 그를 브라질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서 이것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 전 대사는 "미국 등 모든 주권 국가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라도 해도 추방할 수 있다"면서 "이는 해당 국가의 주권적 결정에 달려 있으며 법적 근거를 따로 제시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국 영사관 관계자를 인용,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앞서 국가 원수에게 부여되는 A-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비자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효력이 정지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