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항상 어렵고 소외된 지역 찾아…방북 의사도 같은 맥락"
임기 마치고 지난 5일 귀국…"공적·신앙적으로 큰 은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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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추규호(70) 주교황청 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교황의 방북 의지만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확고하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이임을 앞두고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지금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사목 활동을 펼친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교황은 10년간 가까운 영국, 독일, 프랑스는 한 번도 안 갔다. 모국인 아르헨티나도 가지 않았다"며 "항상 어렵고 소외된 지역을 찾았다. 교황의 방북 의지가 강한 것은 북한이 대표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황은 첫 아프리카 순방 때 케냐 빈민촌을 방문했고, 유럽 지역 첫 방문국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알바니아를 선택했다.
추 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달 앞면에 교황 문장이, 뒷면에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새겨져 있다고 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예루살렘에서 한 나그네가 강도를 만나 옷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를 보고도 외면했지만, 사마리아인은 그를 도와줬다.
당시 사마리아인들은 지금의 이스라엘 민족 조상인 유대인들로부터 천대받고 멸시받던 사람들이었다.
추 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출신을 따지지 말고 가장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 가장 미약한 사람을 도우라고 말한다"며 교황의 방북 의지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에 방북 의사를 밝혔을 때 교황청 실무진 사이에선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북한 내 종교의 자유와 인권 문제에서 진전이 있을 때 방북을 논의해야 한다는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교황이 일관성 있게 방북 의지를 표명하면서 최근에는 기류가 바뀌었다.
최소한의 여건만 마련된다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교황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추 대사는 전했다.
추 대사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에 축복이자 북한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라고 믿지만, 북한이 정식 초청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문제"라며 "더욱이 북한의 고립은 점차 깊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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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 태생으로 성균관대 법률학과를 졸업한 추 대사는 1975년부터 40년 가까이 외교부에서 봉직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2012년 주영국 대사직을 끝으로 정년 퇴임한 뒤 모교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 12월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수도인 주교황청 대사로 일선에 복귀했다.
추 대사가 임기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난 5일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31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가 봉헌된 날이었다.
추 대사 스스로 "일복이 있다"고 할 정도로 짧다면 짧은 2년간의 재임 기간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인 네 번째로 유흥식 추기경이 탄생했다.
작년 11월에는 한국 가톨릭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탄생'의 시사회가 교황청에서 열렸다.
추 대사는 "시사회에는 전 세계 20개국 주교황청 대사가 참석했다"며 "그만큼 한국 교회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교황청 대사로서 한국과 교황청의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고, 한국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일했다"며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한국 알리기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주교황청 대사는 국가 간의 거래를 해야 하는 일반 대사직과는 다르다고 추 대사는 소개했다.
그는 "주교황청 대사는 교황청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좋은 일을 만들어나가는 자리"라며 "서로 윈윈하는 특별한 직책"이라고 했다.
그는 "주교황청 대사에 임명됐을 때부터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했다"며 "공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너무 큰 은혜를 받았다. 그런 기회를 준 나라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향후 계획에 대해 대학과 연계해서 배움의 길을 찾아보고 사회에서 많이 받은 만큼 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임 주교황청 대사에는 오현주 주유엔 차석대사가 임명됐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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