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르포] 메타버스 세계에 구름 인파 체험 삼매경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첫날인 5일(현지시간) 메타버스·가상현실(VR) 관련 전시에는 구름 인파가 모였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올해 전시회의 키워드로 웹3·메타버스를 새로 추가하면서 미래를 이끌 기술로 선정돼 관람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한 가운데 캐논과 롯데정보통신 부스에는 오전부터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한번 체험하기 위해 적어도 15분, 많으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 캐논의 메타버스, 하드웨어 '역시'·소프트웨어 '글쎄'
캐논은 이번 CES에서 영화 '식스센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노크 앳 더 캐빈'을 배경으로 네 가지 몰입형 가상현실(VR)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올해 CES 최고 혁신상을 받은 하이브리드 영상회의 솔루션 '앰로스'(AMLOS)는 정말 혁신적이었다.
이 솔루션은 4K 카메라 하나로 장면을 세 개까지 포착한 뒤 이렇게 취합한 영상을 송출한다.
예를 들면 화면 하나는 사람의 전신을, 하나는 손동작을, 나머지 하나는 화이트보드를 보여준다. 또는 화면 두 개는 라이브 스트리밍 장면을 보여주고, 나머지 하나는 그림이나 자동 캡처된 화면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손동작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한다는 점, 발표자의 의도에 따라 다각도로 발표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화이트보드나 문서를 인식하는 한편, 화면에서 글자 크기가 작지 않아 읽기 수월해 특히 비즈니스 미팅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있던 캐논 관계자에게 묻자 "시라큐스 대학에서 교육용으로도 앰로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기반으로 솔루션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얼굴인식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건 다소 아쉬웠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가상현실 통화 솔루션 '코코모'는 실망적이었다.
코코모는 현실 속 나 자신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과 영상 대화를 할 수 있는 통화 서비스로, '듀얼 피시 아이(fisheye)' 렌즈를 탑재한 카메라로 구현된다.
메타 퀘스트를 착용하면 얼굴 하단까지는 실제 사람 모습을 구현한 아바타가 보이고, 얼굴 상단부는 진짜 얼굴이 나온다.
이 솔루션의 결정적인 단점은 통화 품질이다.
입을 떼기 무섭게 소리가 끊기고 상대방 아바타가 사라져 통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날 30분을 기다려 코코모 체험을 한 대학생 김민성(24) 씨는 "카메라 기업인 줄 알았던 캐논이 메타버스를 한다니 신기하다"면서도 "30분을 기다릴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자체 제작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은 하드웨어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였다.
일반적인 가상현실 헤드셋보다 가벼웠고, 헤드밴드에 착용할 수 있었다.
다만 혼합현실로 구현된 화질은 다소 아쉬웠고, 지원하는 앱이 한정적이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300만 엔(약 2천851만 원)에 달했다.
캐논은 전날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카메라 기술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을 거듭나겠다고 했지만,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개선은 필요해 보였다.
◇ 롯데정보통신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세상"
롯데정보통신은 자회사인 칼리버스와 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 '롯데 메타버스'(가칭)를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의 가상 공간에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담은 것으로, 현장에서 접속해보니 실사를 보는 듯한 가상세계가 펼쳐졌다.
버추얼 스토어 '롯데면세'에 접속해 루이뷔통 가방을 쳐다보니 실제 제품을 보는 듯 생생한 색감의 가방이 눈 앞에 있어 백화점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롯데정보통신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 않고도 상품의 질감, 색조 등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엔믹스'를 볼 때는 직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멤버들의 생김새와 춤 선을 적확하게 표현해냈다.
다만 15분가량의 체험의 마친 뒤 약간의 어지러움은 감수해야 한다.
전용 안경이나 가상현실 헤드셋 없이 강력한 입체 비주얼을 체험할 수 있는 차세대 3D 디스플레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화질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까지 미치지 못했지만, 메타버스 공연자로 나선 DJ ALOK가 눈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몰입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어지럽지 않아 10분 넘게 장시간 체험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르면 올해 말께 롯데 메타버스를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게임 형태에 치중된 세계 메타버스 시장에 '초실감형'이라는 차원 높은 플랫폼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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