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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부정확한 자료로 과학적 판단을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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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부정확한 자료로 과학적 판단을 할 순 없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우리는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조치가 불필요하고 차별적이라고 믿는다."
프랑스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PCR 검사를 시작한 지난 1일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1만 자가 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에 맞선 중국의 성과는 폄하될 수도, 변질할 수도 없다'는 제목으로 프랑스 정부와 언론이 대중의 인식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글이었다.
대사관은 이 글에서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가 이탈리아 등이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성명을 인용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는 코로나19 면역 수준과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국에서 유행하는 변이가 EU에서도 유행하고 있다는 게 성명의 골자였다.
대사관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는 "과학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쟁점"으로 보인다는 프랑스 보건위기감시예측위원회 소속 전문가의 발언도 전했다.
바이러스 학자 브뤼노 리나는 "프랑스에서 하루에 인구 10만명당 440명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프랑스에 도착하는 중국인은 수십명으로 미미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글만 읽으면 프랑스가 EU의 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ECDC는 물론 정부에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조언하는 전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발 입국자를 규제한다는 인상이 남는다.
하지만 ECDC가 발표한 성명과 보고서, 바이러스 학자가 인터뷰한 기사를 읽어보면 중국 대사관 측이 빠뜨린 내용이 있다. 바로 중국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ECDC 홈페이지에는 없지만 AFP 통신, BBC 방송 등 많은 외신은 ECDC가 지난달 29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사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ECDC는 그로부터 닷새 뒤인 이달 3일 게재한 '중국 코로나19 사례 급증이 EU와 유럽경제지역(EEA) 역학 상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유사한 분석을 실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더라도 EU와 EEA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보면서도 "중국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계속 부족하다"고 적시했다.
프랑스 리옹대학병원에서 바이러스학을 가르치는 리나 교수는 지난달 29일 라디오 프랑스와 인터뷰에서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리나 교수는 "어떤 통제 조치도 유럽 땅에 코로나19 변이가 유입하는 것을 막은 적이 없다"며 미국 등과 같은 중국발 입국자 통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프랑스로 오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보다 중국이 코로나19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자료는 믿을 만하지만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확진자 숫자와 확진자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형을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자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옹호하고 타국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면서 근거로 삼은 자료들에 등장했던 동일한 취지의 지적이 모두 빠져있다는 점은 어딘가 개운치 않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중국에 편향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실상을 축소해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의 방역 조치는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한다"며 "정치적 농간을 부리거나 중국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발 입국자를 규제하는 다른 나라의 방역 조치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난하기 전에, 과학적으로 판단할만한 근거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인 듯싶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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