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이민시스템 붕괴"…불법입국자 즉각 추방정책 '확대'
재선 도전 앞두고 정치적 약점 대응…월3만명 이민 수용도 약속
푸틴 '36시간 휴전 명령' 발표에는 "산소 찾으려 노력하는 듯"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불법이민자를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한 정책인 이른바 '타이틀 42'의 확대 방침을 밝혔다.
대신 최근 미국 국경지역에서 불법입국 시도가 많이 늘어난 중남미 4개국 국민의 합법적 이민을 위해 매월 3만명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앞두고 취임 이후 최대 정치적 약점으로 지목된 이민자 문제에 체계적 해법을 적용하면서도 불법 이민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이민 시스템은 붕괴했다"며 "쿠바와 니카라구아, 베네수엘라, 아이티 등 4개국에서 멕시코를 통해 국경을 넘는 이들이 불법 이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대법원 결정으로 타이틀 42호가 유지되는 한, 정부는 이를 이용할 것"이라며 "예산 통과로 이민 시스템을 완전히 고치기까지 우리는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멕시코 및 베네수엘라, 일부 중미 국가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온 불법이민자에게 적용된 '타이틀 42' 정책이 니카라구아, 쿠바, 아이티 국민에게까지 확대된다.
백악관은 '타이틀42' 정책을 확대하는 대신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구아, 쿠바, 아이티 등 4개국 국민의 합법적 이민을 매월 3만명까지 수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메시지는 미국 국경에 그냥 나타나지 말라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법적 조치를 밟지 않는다면, 새 프로그램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실상 국경을 봉쇄하다시피 한 전임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불법이민자대책을 완화할 것을 시사하면서 국경지역에 불법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골머리를 앓아 왔다.
'타이틀 42' 정책은 지난 2020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도입한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불법 입국자를 난민 심사 없이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조치를 유지해 왔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소송으로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종료를 명령하며 한때 폐기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지난 연말 당분간 정책 유지 판결을 내리고, 오는 2월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할 방침을 밝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당분간 이 정책은 유지되게 됐다.
외신은 일단 이번 조치를 이민 문제에 있어 큰 변화로 평가하며 2024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의 분열로 하원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바이든 대통령이 최대 정치적 약점인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주 초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미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앞두고 오는 8일 계기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도시를 방문, 불법이민자 문제에 대해 거듭 단호한 대응을 밝힐 방침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정교회의 성탄절 기간인 6일 정오부터 36시간 동안 휴전을 명령한 것에 대해 "그가 산소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의 말에 대응하기가 주저된다"고 운을 뗀 뒤 "그는 12월 25일에도, 새해에도 병원과 교회를 폭격할 준비가 돼 있었는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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