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주 변전소 파괴범 검거…"동네 전기 끊고 상점 털려고"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지난 크리스마스에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변전소 여러 곳을 공격, 주변 지역을 암흑천지로 만든 용의자 2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용의자 1명이 진술한 범행 목적은 애초 당국이 우려했던 테러가 아닌 '상점 털기'였다.
AP통신·CNN방송 등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법원 문건을 인용, 수사당국이 지난달 31일 사건 용의자 매슈 그린우드(32), 제러미 크라한(40)을 에너지 시설 손괴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들은 작년 크리스마스 당일인 12월 25일 오전 2시 40분부터 오후 7시 25분까지 워싱턴주 피어슨 카운티의 변전소 4곳을 파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른 새벽 시간대에 3곳을 연이어 공격하고, 같은 날 오후 나머지 1곳까지 훼손했다.
이들의 범행으로 주변 지역에서 1만5천 명이 전기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고 복구까지 수일이 더 걸렸다. 훼손된 변전소 4곳 중 2곳을 보유한 타코마전력은 복구 비용을 300만 달러(약 38억원)로 추산했다.
닉 브라운 시애틀 지방검사는 보도자료에서 "크리스마스에 전기가 끊기면서 수천 명이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었다. 의료기기용 전력이 꼭 필요한 일부 건물은 극도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용의자 그린우드는 수사기관에서 "전기를 끊고 상점 계산대를 털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어떤 상점을 노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을 토대로 이들의 신상을 파악했고, 워싱턴주 퓨얼럽의 한 트레일러에서 함께 살고 있던 이들을 검거했다.
연방수사국(FBI)은 "변전소는 각각 수십 마일씩 떨어져 있고 기물손괴 행위는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뤄졌다. (사건과 무관한) 개인이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에 현장 주변에 연이어 머무를 확률은 높지 않다"고 용의자를 특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초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변전소 2곳이 공격을 받고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 때 피어슨 카운티에서도 유사 범죄가 발생해 사회 불안을 노린 테러 행위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일단 피어슨 카운티 사건은 좀도둑의 소행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서 에너지시설 손괴 범죄는 최고 징역 20년형의 처벌을 받는다. 특히 그린우드는 주거지에 미등록 총기를 보관한 사실까지 들통났다. 미등록 무기 소지죄도 최고 1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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