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100년만의 재투표에도 의장선출 실패…공전 장기화 하나(종합2보)
공화 강경파 반대로 '의장 유력' 매카시 연거푸 과반지지 확보 실패
4일에 4차 투표 진행 예정…의장 선출 늦어져 하원, 정상 가동 못해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하원은 제118대 의회가 시작된 3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하원의장 선출에 나섰으나 하원의장을 확정짓지 못했다.
하원은 이날 의장을 뽑기 위해 3차례 투표를 실시했으나 다수당인 공화당내에서 반란표가 계속 나오면서 어느 의장 후보도 의원들의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의장을 선출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 하원에서 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두 차례 이상 실시한 것은 100년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하원은 원구성을 마무리짓지 못해 출범 첫날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한 채 공전했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조기에 정리되지 않을 경우 하원에서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원은 제118대 의회 개원일인 이날 낮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3위인 하원의장 선출을 시도했다.
미국 하원의장 선거는 알파벳 이름순으로 호출된 의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의원의 이름을 직접 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당선을 위해서는 기권표를 빼고 참석 의원 과반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날 3차례 진행된 투표에선 사망으로 인한 결원(1명)을 제외하고 전체 434명 의원 전원이 투표에 참여했으나, 과반(218표)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이날 투표에서 공화당은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민주당은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각각 후보로 추천했다.
여기에 더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1차 투표에서는 앤디 빅스 의원(애리조나)을, 2~3차 투표에서는 짐 조던(오하이오) 의원을 후보로 추천했다.
민주당은 3차례 투표 모두 소속 의원 212명 전원이 제프리스 원내대표에 투표했다.
그러나 공화당에서는 1~2차에서는 19명이, 3차에서는 20명이 각각 매카시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에 한 표를 행사했다.
특히 2차 투표 때 조던 의원은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으나 공화당 내 강경파 그룹에서 매카시 원내대표 지지로 돌아선 의원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에 필요한 다양한 의사규칙 변경 등을 요구하면서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해 지지를 유보하거나 매카시 원내대표의 의장 선출에 반대했다.
이로 인해 매카시 원내대표는 3차례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3차 투표 전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길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면서 "득표수는 최종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차 투표에서 오히려 공화당 내 이탈표가 1표 더 늘어나는 등 강경파 의원들의 반란이 계속되면서 의장 선거의 혼란상이 계속됐다.
3차 투표 때 지지 후보를 매카시 원내대표에서 조던 의원으로 변경한 바이런 도널드(공화·플로리다) 의원은 CNN에 "매카시 의원이 필요한 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원은 이날 세차례 투표에도 불구하고 의장 선출에 실패하자 정회를 하고 4일 낮 12시에 다시 모여 투표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카시 원내대표는 4차 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공화당 내 반란표에 대한 단속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강경파들이 요구하는 의사규칙 변경 등에 대해서 추가로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
강경파들은 자당 소속 하원의장이 바이든 정부 정책에 대해 타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의원 누구나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원은 의장 선출 이후에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임명 등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하원의장 선출이 지연되는만큼 의회가 공전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가장 최근에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2차례 이상 진행된 것은 1923년이었다. 당시는 9번 투표 끝에 결론이 났다.
또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의회 내 분열로 인해 2달간 133번의 투표 끝에 하원 의장을 결정한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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