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우크라 대응역량 바닥내려고 드론공격 계속"
"새해 첫 이틀간 이란제 샤헤드 드론 80대 넘게 격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재정지원·2월초 정상회의 논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드론공격을 계속 퍼부어 우크라이나를 기진(氣盡)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새해 시작이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격추된 이란제 드론의 수가 벌써 80을 넘어섰다. 이 숫자는 가까운 장래에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샤헤드'(이란제 드론) 공격을 계속하려고 계획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대응역량 소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 우리 방공, 우리 에너지 섹터를 기진시키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테러리스트들의 이런 목표가 다른 모든 목표들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실패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방공 임무를 하고 있는 군인들을 치하했다.
그는 또 남부 루한스크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지금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견뎌내야 한다. 이번 겨울이 끝날 때 좀 더 편안해지려면"이라고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새해 첫 국제 대화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통화했으며, 이달부터 이뤄질 거시재정 원조와 2월 초로 예정된 우크라이나-EU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대 공습에서 미사일의 비중을 줄이고 샤헤드 드론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그간 미사일 공격을 계속해 미사일 재고가 모자라는 상황이며 이 때문에 성능이 그보다 낮은 이란제 드론에 대한 의존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 키릴로 부다노우 소장은 러시아가 두 차례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퍼부을 정도의 재고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올해 3월이면 재고가 '임계 수준'(critical level)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대변인을 인용해 지난해말 생산된 미사일의 잔해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미사일이 생산 직후에 사용되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당국에 따르면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드론 45대를 격추했다.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당시 공습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 다만 키이우에서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어 1월 1일 밤에서 다음날 새벽까지는 키이우를 겨냥한 드론 40대의 공격이 잇따랐으며, 이 중 22대는 키이우 상공에서, 3대는 키이우 외곽에서, 15대는 이웃 지역에서 요격됐다. 또 키이우의 일부 에너지 기반시설이 폭발과 함께 손상됐으며 1명이 다쳤다.
이틀간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5명이 숨지고 10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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