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서 '열병식 달력' 배포…군사력 과시 의도인 듯
종이 달력 5종 배포…작년엔 물자난에 'PDF'로 발송
김정은 생일, 올해도 별도 언급 없이 '평일' 표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군사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열병식 소개 장면으로 채운 새해 달력을 외국에 배포했다.
1일 연합뉴스가 중국에서 확보한 5종의 북한 새해 달력 가운데 한 달력은 겉표지와 12개월의 배경 화면을 미사일과 군용 차량의 행진 등 모두 열병식 장면으로 배경을 채웠다.
전날 3발에 이어 새해 첫날인 이날 새벽에도 단거리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하는 등 최근 군사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달력을 체제 선전이나 대외 메시지 전달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외국문출판사' 명의로 제작된 이 달력은 중국 내 북한인들과 조선족,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인들에게 배포됐다.
북한이 중국에서 배포한 새해 달력 중에는 주체사상탑과 개선문 등 북한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소개하는 달력, 백두산 장군봉 등 명승지를 담은 달력도 포함됐다.
또 김일성·김정일화를 비롯해 북한이 자체 개발한 화초와 도자기 공예품을 홍보하는 달력도 있다.
예년처럼 모든 종류의 달력 첫 장에는 공통으로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안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한글과 중국어로 표기됐고,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 연호도 들어있다.
5종의 달력은 모두 총 일곱 장으로, 겉표지 한 장과 여섯 장의 앞뒤 양면에 두 달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은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표기하고 붉은색으로 표시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일요일)은 올해 달력에서도 별다른 표시나 언급이 없었다.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계기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2021년 달력에서는 11월 29일을 '항공절'이자 '로케트공업절'로 표기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 달력에서는 '로케트공업절'이 빠진 채 항공절이라고만 표기했다.
북한은 작년에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운동을 펼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출생한 곳이라며 '항일투쟁의 성지', '백두혈통의 근거지'라고 부르는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가 재개발을 통해 서구풍 도시로 거듭난 모습을 담은 달력을 중국에서 배포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교역 차질로 달력 제작용 종이와 잉크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진 작년에는 전자문서(PDF) 달력을 발송했지만, 올해는 종이에 인쇄한 달력을 배포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번지자 운행을 중단했던 북중 화물열차가 1년 8개월여 만인 작년 1월 운행을 재개하는 등 북중 교역을 확대하면서 물자난이 다소 해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는 출판지도국의 지휘 아래 각 출판사가 달력을 제작하며, 1980년대 말부터는 대성총국이나 조선은하무역총회사 등 대외 무역회사를 관장하는 대형기관에서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간 국경 봉쇄로 달력 제작용 재료들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달력 가격이 올라 달마다 다른 색채 사진·그림으로 구성된 12장짜리 달력을 구하기 어렵게 된 북한 서민들은 일 년 열두 달이 한 장에 표시된 달력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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