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딸린 반도체·철강…역대 최대 실적에도 우울한 수출전선
에너지 수입액 압박 못견디고 무역적자 사상 최대
하반기 마이너스 품목 늘어…새해 수출전선 더 험난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에너지 수입 탓에 무역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이던 반도체·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마저 하반기 들어 크게 흔들리면서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데 힘을 쓰지 못했다.
15대 수출 품목 중 7개 품목의 연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새해 수출 전선이 더욱 험난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 반도체 수출 갈수록 하향 곡선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반도체 수출액은 1천292억3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월 수출액은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본격화했다.
8월부터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면서 29.0%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재작년보다 증가폭이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 11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9% 감소했던 반도체 수출은 12월에도 29.1% 줄었다.
이는 K-반도체의 대표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D램 고정가는 5∼6월 3.35달러에서 10∼12월 2.21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산업부는 "제품 가격 하락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초 신규 CPU 출시에 힘입어 하반기 이후 반등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재작년에 50%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석유화학 제품은 작년 수출액이 1.5% 줄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이 상승하고, 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된 영향이다.
철강(384억6천만달러)도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더니 결국 9월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재작년에 36.9% 성장했던 철강 제품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디스플레이(-1.1%), 선박(-20.8%), 무선통신기기(-10.4%)도 연간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자동차, 석유제품, 이차전지 수출 실적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과 친환경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7월 이후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16.4% 늘어난 541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 에너지 수입액 이기지 못한 수출…대중 무역적자 지속
일부 수출 품목의 선전에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7천312억달러까지 늘어난 연간 수입액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원유·가스·석탄 수입은 전년 대비 784억달러 늘어난 1천908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5∼8월 적자를 이어가다 9월에 흑자로 돌아선 뒤 10월부터 다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천558억1천만달러로 4.4% 감소했고, 수입은 1천545억6천만달러로 11.5% 증가했다.
산업부는 4월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이후 하락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올해는 주요국 경제 성장세가 약화하며 우리 수출에 더 어려운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며 "수출 플러스 달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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