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기회·위험요인은…"베네수엘라산 원유로 유가 안정"
美싱크탱크 신년 전망…"기후대응 퇴보, 이란 핵무기 보유는 위험요인"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 각국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40년 만의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올해에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국제 시장 복귀와 기후변화 대응 퇴보 등이 세계적 기회·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1일 '2023년 세계 예측'을 통해 올해 세계적 차원에서 발생 가능한 가장 큰 기회(12개)·위험(11개) 요인을 선정하고 이를 발생 가능성에 따라 '낮음'(1단계)에서 '높음'(5단계)까지 모두 5개 단계로 분류, 제시했다.
우선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크다(5단계)고 간주된 기회 요인은 2019년 이후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던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시장 복귀로 세계 에너지난이 완화되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연초 배럴당 70달러를 밑돌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거치며 급등, 6월 초에는 배럴당 106달러까지 찍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후 가격이 다소 진정되면서 지난달 초 배럴당 70달러까지 내려왔던 유가는 최근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추가 제재 분위기 속에 80달러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석유 매장량의 20%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는 유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제재하기 위해 금지했던 미 정유사 셰브런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을 지난해 11월 말 조건부로 승인한 상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가 2018년 대선 결과에 대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과이도를 지지하면서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가 4년째 이어졌다.
그러나 과이도의 '임시 대통령' 임기가 작년 말 끝나 이러한 어정쩡한 체제가 마무리됐다.
이제 제재로 망가진 석유 인프라 시설에 제대로 된 투자가 재개될 경우 베네수엘라가 원유시장의 새로운 주요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반면 애틀랜틱 카운슬이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크다(5단계)고 예상한 위험 요인은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퇴보, 그리고 이란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다.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논의하고 기금을 만들기로 했지만, 누가 돈을 낼지와 어떻게 지출할지 등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진전이 더딜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금을 둘러싼 험난한 협상에 각국이 집중하면서 정작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경우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싱크탱크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분량의 핵물질 보유가 임박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란이 첫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핵물질을 확보하게 되면 '게임은 끝'이라고 전망했다.
또 반도체 등 중국의 기술발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간 이견이 커지는 시나리오도 위 2개 위험 다음으로 가능성이 큰(4단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유럽이 조만간 미중 시장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일부 미국 파트너국이 이미 시장이나 주요기술 공급 측면에서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경제적 타격 없이는 기술 분야의 완벽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불가능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간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둘러싼 양측의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내년 발생 가능성이 50% 정도로 '중간'(3단계)인 사건은 개발도상국들의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비교적 가능성이 낮은(2단계) 사건으로는 달러화로부터의 이탈 가속과 대만해협 위기 고조 등이 꼽혔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여파가 큰 사건(1단계)으로는 러시아의 승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됐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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