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중국발 코로나19 우려에 아시아인 혐오도 걱정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마스크를 벗는 게 좋겠어요."
작년 여름 런던의 한 식당에서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동석자가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마스크를 쓰고 있자 다른 주재원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를 잘 쓰라는 얘기만 들었지, 벗으라는 권고를 접한 것은 처음이라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영국에 온 지는 몇 달 됐지만, 한국에서 몸에 밴 마스크 착용 습관이 남아있었고, 코로나19 감염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인 터였다.
얘기를 꺼낸 주재원은 마스크를 쓰면 영국인들이 이상하게 보거나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피한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그 말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영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는 말을 듣곤 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늑장 대응을 했다가 호되게 대가를 치렀고 2021년 1월 초부터 강력한 봉쇄 조치를 도입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반면 그 주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에 영국에 부임해서 2020년 초반 아시아인 혐오 분위기를 겪은 터였다.
코로나19 감염에 관해서는 영국에 사는 한 애쓴다고 피하기 어렵다고 포기한 듯했고 혐오 분위기로 인한 트라우마가 더 커 보였다.
당시 영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이 하루 수만 명 나오는 와중에 7월 19일부터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휩쓸고 지나가고 올해 3월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모두 없어지고서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여겨지며 예전처럼 크게 의식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최근 중국발 코로나19에 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영국인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규제라면 질색하는 영국조차 중국발 입국 규제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보니 자칫 코로나19 사태 초기 같은 분위기가 될까 하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그때 영국에서도 교민들이 병을 퍼뜨리지 말고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말을 듣는 일이 많았고 유학생이 폭행을 당한 사건들도 있었다.
아직은 대사관에 신고가 들어올 정도의 사건은 없지만 이미 길에서 영국인들이 피하는 것 같다거나 사람이 가득한 대중교통에서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더라는 말들이 나온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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