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피해 탈출한 아프간 통역사, 美서 쫓겨날 처지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따라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탈출한 현지인 통역요원이 비자 서류 미비로 쫓겨날 수도 있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미국의 철군과 함께 어렵게 미국으로 넘어온 아프간 미군 현지 통역요원 자이날라 자키씨가 근무 확인서 오류로 지난달 특별 이민 비자(SIV) 신청 절차에서 탈락했다.
SIV는 아프간에서 1년 이상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현지인들을 위해 발급해주는 특별 비자다.
이에 따라 아프간 탈출 후 그동안 미국에 임시로 체류해온 자키 씨와 그의 가족은 인도적인 임시 체류 지위가 내년에 만료되면 추방될 수도 있는 애매한 상태에 처했다.
탈락 이유는 '근무기간 부족'이다.
그가 제출한 확인서에는 근무 기간이 거의 2년에 달한다.
근무 확인서 발급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자키 씨가 받은 탈락 통고서를 읽어본 뒤 "아마도 제3자를 통한 고용관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며 "자키씨의 사례는 너무나 경직적인 업무 처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함께 근무했던 미군 동료들은 자키씨가 자신이 맡은 통역 업무뿐만 아니라 부상자 호송 등 적극적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을 줬다며 너무나 안타깝다는 마음을 전했다.
지난 2010년 5해병연대 3대대에서 함께 일한 톰 슈만 소령은 적군의 무선 통화를 들은 자키씨가 매복 공격으로부터 부대원들을 지키기 위해 지뢰 지대를 달려 탈레반 병사를 잡은 사연도 소개했다.
슈만 소령은 자키씨가 비자를 거부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동분서주하며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거의 한달이 다 되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키씨 이외에도 2년간의 임시 체류 지위를 받고서 SIV를 신청한 아프간 출신 체류자는 적지 않다.
CNN은 이들에 대한 이민 비자 개선 방안을 담은 입법안 처리가 지난주 의회에서 예산 관련 법률들이 대거 통과될 때 누락됐다고 전했다.
자키씨에 대한 비자 발급과 해당 법안의 통과를 지지해온 딕 더빈(민주) 상원의원은 "수천명의 아프간인들이 미국 역사상 최장인 20년간의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미군을 도왔다"며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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