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전쟁 보도해온 불가리아 탐사보도 기자 지명수배
국제 탐사보도 단체 밸링캣 소속 크리스토 그로제프…"우리가 두렵다는 것"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가 자국에 적대적인 뉴스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불가리아 국적의 탐사보도 기자를 지명수배했다고 미국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불가리아 언론인 크리스토 그로제프를 공개 수배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에 대해 적용한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로제프 기자는 유럽의 탐사보도 단체 '벨링캣' 소속으로 러시아 문제를 전담하고 있다.
인권단체 OVD-인포는 그로제프 기자가 러시아군과 관련해 '가짜 뉴스'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 직후인 3월 자국 군과 관련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최고 15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벨링캣은 그로제프 기자가 국가안보상 위협과 치외법권의 비밀공작, 정보전 등을 집중 취재해 왔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로제프 기자는 올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전쟁 범죄와 잔혹 행위를 추적해 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용병회사 와그너그룹 관계자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비하하는 영상이 나돌았는데, 그로제프는 이를 보도하면서 와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실상 총참모장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그로제프는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리 독살 미수 사건 등을 취재하며 러시아를 불편하게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 당국이 무슨 근거로 나를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렸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하는 일을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CNN은 러시아 정부가 수 년 전부터 언론자유를 억압해 왔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독립 매체들과 기자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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