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이집트, '수에즈운하 펀드' 추진에 매각 루머 등 '시끌'
정부 당국자·하원 의장 등 매각설 강력 부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집트 정부가 주요 외화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수에즈 운하와 관련, 수조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뒤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닥친 경제 위기 속에 기금 조성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운하를 외국 투자자에게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정부와 의회 고위 당국자들이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현지시간) 국영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최근 1천억 이집트파운드(약 5조1천600억원) 규모의 '수에즈 운하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의원총회 임시 승인을 받은 펀드 조성안은 의회 최종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모(私募, private) 형식의 펀드 조성이 국유자산인 수에즈 운하의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외환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추진된 펀드 조성은 다양한 루머를 양산했다.
이에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서 펀드 설립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청(SCA) 청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펀드는 재투자가 필요한 운하 자산을 보호하고, 예상치 못한 도전과 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CA가 추진 중인 운하 관련 개발 프로젝트의 재원을 마련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운하 내 선박 좌초 사고 같은 긴급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라비 청장은 부연했다.
그는 이어 1860년대 운하 건설 작업 도중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운하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치르기도 했던 역사를 거론하면서 "운하를 팔거나 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운하는 이집트와 이집트 국민의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하나피 제발리 하원 의장도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운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부는 운하를 보호하고 개발하며, 국제 항로로서 지키려 한다"며 "펀드 운용 과정에서 벌어지는 매각과 임대, 투자는 운하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는 헌법에 위반되는 어떠한 법안 심의도 하지 않을 것이며, 수에즈 운하 펀드를 포함해 나라와 시민을 지키기 위한 법안들을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총연장 193.3㎞의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다.
1869년 완공된 운하는 1956년 국유화됐다. 당시 가멜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의 국유화 선언은 영국과 프랑스의 반발과 이집트 침공을 유발하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는 외화 부족으로 최근 몇 년간 잇따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의존해온 이집트의 주요 외화수입원이다.
2021∼2022 회계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 수에즈 운하의 수익은 이전 회계연도 대비 20.7% 늘어난 70억 달러(약 8조9천억원), 2022∼2023 회계연도 수익은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당국은 예상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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